사과 대신 샤인머스캣, 홈파티 밀키트…코로나가 바꾼 설선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설맞이 ‘쇼핑 리스트’를 바꿔놓았다. 설 연휴에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이어지면서 고향에 가지 않은 대신 고가의 선물을 보내거나 제수음식 대신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밀키트(반조리식품)’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10일 카카오에 따르면 설 명절을 앞두고 3040세대 이용자가 5060세대에게 보낸 선물 구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88% 늘었다. 오픈마켓인 11번가와 카카오 ‘선물하기’를 통해 바뀐 설 선물 트렌드를 짚어봤다.

① 못 가는 대신 프리미엄 선물

지난해 12월 카카오 선물하기에 입점한 티파니앤코가 설연휴 특수를 맞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카카오]

고향을 찾아 가족 친지를 직접 만나지 못하는 대신 고가의 선물로 마음을 전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달 카카오 선물하기를 통해 고급 브랜드 제품을 선물하는 이용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설화수·에스티로더 등 명품 화장품 구매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3%, 명품 패션 제품은 658% 늘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입점한 티파니앤코 선물 포장 상품과 신세계 면세점 잡화가 설을 앞두고 좋은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11번가 상품기획자들은 올해 설 연휴 인기 상품으로 바디프랜드 팬텀2 브레인 보르도화이트 안마의자와 마장동 최상급 숙성 한우구이 모둠 세트 등 프리미엄 제품을 꼽았다. 11번가 관계자는 “올 설엔 프리미엄 선물 세트 등에 대한 수요가 상승하면서 과일도 사과·배 등 전통 선물세트보다는 샤인머스캣을 찾는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백화점에선 최고가 170만원의 한우 선물세트가 완판되기도 했다. 카카오 선물하기에서도 한우세트는 지난해 대비 구매액이 390% 늘었다.

② 제수 대신 홈파티용 밀키트

한화호텔앤리조트가 출시한 밀키트. 호텔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백리향의 대표 메뉴를 간편식으로 개발했다. [사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가족·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없는 만큼 차례상은 간단히 차리고 대신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려는 수요가 많아졌다. 11번가가 설 일주일 전인 1월 21일~2월 3일 카테고리별 구매 내역을 분석한 결과 밀키트와 쿠킹박스에 대한 구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1월 2~16일) 대비 113% 늘었다. 간편식·냉장·냉동식품도 59% 증가했다.

카카오에서도 밀키트가 인기였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7일까지 설 선물 구매액을 분석했더니 밀키트·간편식 카테고리의 구매액이 지난해 동일 기간(1월 3일~20일) 대비 894% 증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외식이나 야외 활동보다 집에서 안전하게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정에서 외식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밀키트·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③ 건강·홈트 판매량 두 자릿수 증가

프리미엄 선물 수요가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가의 안마의자가 설 선물 인기 품목으로 꼽혔다. [사진 11번가]

11번가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보조식품이나 ‘홈트(홈트레이닝)’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다.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3일까지 건강식품 구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1월 2~16일) 대비 24%, 건강측정용품은 61%, 안마용품은 17% 늘었다. 다이어트 식품(67%)이나 헬스(22%) 등 홈트 관련 제품에 대한 구매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균키트·핸드크림 등의 위생용품 선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