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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건강나이는?] 중년 여성

중앙일보

입력

지난 18일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주부 최순영(42)씨와 이남이(41·가명)씨가 마주 앉았다.

이날 이씨는 의기소침하고 표정이 굳어 보였다. 자신보다 한 살 많은 최씨가 외모에서부터 훨씬 건강해보였기 때문. ‘한국형 건강연령평가’도구를 통해 나타난 두 사람의 결과를 보고 이씨는 더 큰 충격을 받았다.최씨의 건강연령이 37세로 나온데 반해 이씨는 47세로 평가돼 무려 10살이라는 나이 차이를 보인 것이다.

본지는 ‘한국형 건강연령평가 프로그램’개발을 계기로 지난주 남성편에 이어 여성편을 싣는다.

*** 41세 이남이씨 건강나이 47세

#이남이씨

중3.고2 자녀 뒷바라지에 자신의 건강은 항상 뒷전인 전형적인 주부다. 아침 일찍 힘겹게 일어나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서 잠깐 눈을 붙이는 것이 습관이 됐다. 키 1m57㎝에 체중이 62㎏이다. 체질량지수는 25로 정상을 웃도는 비만.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운동 계획을 세우지만 항상 작심삼일로 끝난다. 그녀의 혈압은 159/109로 정상 혈압(130/85)보다 훨씬 높다. 육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다행이지만 혈압.비만.뇌혈관질환의 가계력이 있어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남편도 건강에 대해 전혀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고도 비만에 술.담배를 즐겨 건강진단을 할 때마다 고혈압과 지방간이 있다고 지적을 받는다. 두 자녀도 뚱뚱하다.

?평가=건강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6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대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47세 평균과 같다는 뜻. 가장 높은 것은 허혈성 심장질환과 뇌혈관성 질환으로 각각 6.3배와 4.8배나 됐다.

현재 혈압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혈압관리를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고혈압과 뇌혈관성 질환의 유전력을 타고 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울증 병력.자살 가족력 때문에 자살에 대한 위험도도 2.7배, 커피 하루 4잔, 음주 경력(1회 맥주 1병반)으로 간암.간경변.유방암의 위험도가 1.3~1.9배 높았다.

그녀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혈압관리. 당장 혈압약을 복용하면서 운동과 식생활을 통해 체중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받았다.

신교수는 "수유경험과 신선한 과일 섭취.짠 음식 기피, 유방암 및 자궁암 검사 등 좋은 습관도 있다"며 "나쁜 습관을 개선하면 고혈압 가계력에도 불구하고 건강연령을 40세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2세 최순영씨 건강나이 37세

#최순영씨

최씨 부부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아침형 인간'이다. 오전 5시에 일어나 가벼운 체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주 3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1회 운동량은 두시간. 게다가 걷는 것을 좋아해 조금 몸무게가 늘었다 싶으면 한두 시간 더 걷는다.

자신은 물론 남편도 술.담배는 전혀 입에 대질 않는다. 식생활 수칙도 철저하게 지킨다. 나물.찌개 등 전통식을 즐기면서 육류와 짜고 구운 요리는 삼간다. 하루 4잔 이상의 커피가 흠이라면 흠. 일찍 결혼해 하나뿐인 아들이 군복무를 할 정도로 성장한 덕에 개인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다. 키 1m60㎝에 몸무게 53㎏으로 체질량지수는 20(정상범위 18~23). 혈압과 혈당 모두 정상 범위에 들어갔다.

?평가=그녀의 건강연령은 실제 나이보다 무려 5살이 적은 37세로 나왔다. 규칙적인 운동습관.건강한 가족력.채소 중심의 식생활 덕이다. 자녀가 한 명이지만 6개월 정도 수유를 했기 때문에 유방암에 대한 위험도는 같은 연령대에 비해 0.5배나 낮았다. 이밖에도 뇌혈관 질환.위암.간암.간경변.폐암.대장암 등 한국인이 많이 걸리는 10대 사망률은 0.1~0.9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커피를 많이 마셔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 가능성이 약간 높게 나왔을 뿐이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지적할 만한 위험요인이 있었다. 유방 X-선 검사와 자궁암 검사를 한 지 3년이 지났다는 사실이다.

그녀를 상담한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신호철 교수는 "지금과 같은 좋은 습관을 유지하고, 정기 검사를 받는다면 건강 연령을 한 살 정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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