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처방여부 판단법 개발

중앙일보

입력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에 항생제를 처방해야할 것인지 여부를 의사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됨으로써 항생제 남용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런던에 있는 임피어리얼 대학의 항생제 내성 전문가 로이 앤더슨 박사는 의학전문지 '랜싯'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호흡기 감염원이 박테리아인지 아니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바이러스인지를 1시간 안에 구분할 수 있는 검사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법은 특정 화학물질인 프로칼시토닌(procalcitonin)의 혈중 수치를 측정하는 것으로 박테리아 감염 때는 수치가 현저히 높고 바이러스 감염 땐 별로 높지 않다고 앤더슨 박사는 말했다.

전체 항생제의 약 75%가 기관지염, 폐렴 등 하기도(下氣道) 감염에 처방되고 있으나 하기도 감염의 대부분은 박테리아가 아닌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항생제를 투여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박테리아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만 부추길 수 있다고 앤더슨 박사는 지적했다.

앤더슨 박사는 스위스 바젤 대학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하기도 감염 의심 환자 243명과 이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우선 환자 모두에 대해 체온 측정, 흉부X선 검사 등을 실시하고 이 중 반수에게만 프로칼시토닌의 혈중 수치를 측정하기 위한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항생제 처방 여부는 두 그룹 모두 의사의 독자적인 결정에 맡겼다. 혈액검사 그룹은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항생제 처방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어 혈액검사 결과가 나온 뒤 프로칼시토닌의 혈중 수치가 일정 수치 이상인 경우에만 항생제를 투여하게 했다.

그 결과 혈액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항생제 처방률이 두 그룹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혈액검사 결과가 밝혀진 뒤 혈액검사 그룹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항생제가 처방된 환자는 일반그룹이 99명, 혈액검사 그룹이 55명이었다.

다만 22명은 혈중 프로칼시토닌 수치가 낮은데도 항생제가 처방되었는데 바이러스 감염이 심할 경우 기도가 손상돼 나중에 심각한 박테리아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의사들이 있다. (런던 AP=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