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흔적 오래 남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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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의 흔적은 과음 후 술을 전혀 먹지 않았더라도 최고 몇 주 또는 몇 달 후까지 체내에 남아 소변, 혈액검사를 통해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섭취한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된지 몇 시간 안돼 체내에서 사라지고 몇몇 효소의 불투명한 흔적만 남게 되는데 이 흔적은 신빙성 있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스위스 바젤 대학의 프리드리히 부르스트 박사는 영국의 과학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알코올이 분해되었을 때만 나타나는 부산물 중에서 에틸 글루쿠로니드(ethyl glucuronide)라는 물질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감소하면서 혈액 중에 형성되기 때문에 혈중 알코올이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과음했음을 나타내는 뚜렷한 증거가 된다고 밝혔다.

에틸 글루쿠로니드는 최고 5일까지 지속적으로 소변에서 검출되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낸 사람이 사고 당일 술을 마셨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에 이용될 수 있다고 부르스트 박사는 말했다.

이는 또 생명보험회사나 건강보험회사가 평소 과음하는 가입자를, 항공사는 과음하는 조종사를 가려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르스트 박사는 이 외에도 알코올 섭취를 확실하게 나타내는 또 다른 표지는 포스파티딜 에탄올(phosphatidyl ethanol)이라는 물질로 하루 맥주를 3잔 이상 마시면 그로부터 최고 3주 후까지 혈액 가운데 남아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보다 더 오래 남아 있는 흔적은 음주 후 맨 마지막으로 모발에 저장되는 4가지 에틸 에스터(ethyl ester) 지방산이며 따라서 모발 샘플만으로도 술을 가볍게 마시는 사람인지 폭음하는 사람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 부르스트 박사는 덧붙였다. (파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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