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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고라니 튀어나왔다"…로드킬 잦은 국도 50곳 어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로드킬로 희생당한 고라니. 국립생태원

로드킬로 희생당한 고라니. 국립생태원

지난 3일 밤 충남 계룡시 엄사면 일대 1번 국도를 달리던 승합차가 멧돼지 10여 마리가 부딪히면서 급히 멈춰섰다.
이로 인해 승합차와 승용차 2대가 추돌·충돌하는 사고로 이어졌고, 차량에 탑승했던 3명이 다쳤다.

2019년 발생한 2만1397건 분석 #충남 15개 구간으로 가장 많아 #지난해 사고 절반 고라니 때문

도로에서 야생동물과 부딪히는 로드킬(Road-kill).
야생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위험한 일이어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립생태원은 4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2020 로드킬 다발구간 정밀조사' 보고서에서 전국에서 로드킬이 자주 발생하는 국도 50개 구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운전자들이 로드킬 다발지역을 파악하고 주의한다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50곳을 시·도별로 보면 충남이 15곳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과 경북이 각 8곳, 경기 7곳, 전북 4곳, 강원 3곳, 전남·경남 각 2곳, 세종시 1곳 등이었다.

안성·옥천·아산·상주는 3곳 이상

자료;국립생태원

자료;국립생태원

경기도는 ▶안성시 죽산면 17번, 38번 국도 ▶안성시 삼죽면 38번 ▶안성시 양성면 45번 국도 2개 구간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45번 ▶이천시 마장면 42번 ▶평택시 포승읍 77번 국도다.

강원도는 ▶강릉시 성상면 35번 ▶영월군 영월읍 38번 ▶횡성군 횡성읍 6번 국도다.

충북은 ▶괴산군 칠성면 34번 ▶영동군 심천면 4번 ▶옥천군 이원면 4번 ▶옥천군 안내면 37번 ▶옥천군 군북면 37번 ▶옥천군 동이면 4번 ▶진천권 이월면 17번 ▶진천군 문백면 17번 국도다.

충남의 경우는 ▶공주시 계룡면 23번 ▶공주시 정안면 23번 ▶논산시 광석면 23번 ▶서천군 판교면 4번 ▶당진시 신평면 34번 ▶서산시 운산면 32번 ▶아산시 신창면 21번 ▶아산시 초사동 21번 ▶아산시 송악면 39번 ▶예산군 신암면 32번 ▶예산군 오가면 45번 ▶예산군 덕산면 45번 ▶천안시 광덕면 23번 ▶천안시 목천읍 21번 ▶태안군 태안읍 32번 국도다.

전북은 ▶부안군 하서면 30번 ▶순창군 인계면 27번 ▶임실군 관촌면 17번 ▶임실군 오수면 17번 국도다.
전남은 ▶고흥군 남양면 15번 ▶나주시 세지면 13번 국도 2곳이다.

경북은 ▶구미시 산동면 25번 ▶구미시 장천면 25번 ▶상주시 이안면 3번 ▶상주시 공검면 3번 ▶상주시 외서면 3번 ▶영주시 장수면 28번 ▶영주시 안정면 5번 ▶예천군 감천면 28번 국도다.
경남은 ▶거제시 사등면 14번 ▶고성군 상리면 33번 국도다.

세종시 전의면의 1번 국도 2.3㎞ 구간도 로드킬 다발구간으로 꼽혔다.

'굿로드' 앱으로 정보 수집·관리

로드킬 방지를 위해 설치한 유도 울타리. 한국도로공사

로드킬 방지를 위해 설치한 유도 울타리. 한국도로공사

지난 2018년 5월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조사 및 관리 지침'이란 예규를 공동으로 마련했고, 온라인 플랫폼인 '로드킬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도로관리청 조사원이 현장에서 로드킬 조사용 애플리케이션 '굿로드'로 관련 정보를 전송하면, 국립생태원에서는 피해 동물의 종과 위치 정보 등을 취합해 데이터를 등록·관리하게 된다.

국립생태원 연구팀은 이 시스템에 따라 2019년 수집된 2만1397건의 자료를 바탕으로 전국에서 로드킬이 자주 발생하는 국도 50개 구간을 선정했다.

연구팀은 반경 500m 이내에서 로드킬 발생 밀도를 분석한 커널(Kernel) 밀도 추정 방식을 사용해 로드킬 다발 구간을 찾아냈다.

데이터 분석으로 로드킬 다발구간을 확인한 연구팀은 실제 현장을 방문, 지점별 구체적인 로드킬 저감 방안도 제시했다.

생태원 연구팀은 구간에 따라 ▶야생동물이 차도에 들어서지 못하도록 유도 울타리를 설치하거나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촉구하는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차량 속도를 줄이기 위한 구간 단속 카메라 또는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등을 제안했다.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실의 송의근 연구원은 "시가지와 교차로, 램프, 신호등 구간 등에서는 유도 울타리를 길게 설치할 수 없고, 차량이 중간에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기도 해 구간 단속 카메라를 설치해도 효과가 낮다"며 "LED(발광다이오드) 표지판 등을 설치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내비게이션으로 안내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동일한 내용을 1년 내내 반복하면 운전자들이 흘려듣기가 쉽다"며 "도로 구간별로 로드킬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계절과 시간대에 맞춰 안내하는 방법을 도로교통 정보 제공 업체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립생태원은 로드킬 피해를 본 동물 사체를 신속하게 처리해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운전자들의 로드킬 발생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사고 확인 시 음성으로 신고하면 사고 위치 정보가 도로관리청으로 전달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충남 사고 잦은 건 고라니 탓

고라니 로드킬. 사진 국립생태원

고라니 로드킬. 사진 국립생태원

충남지역에서 로드킬이 많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국립생태원은 "전국적으로 로드킬 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종이 고라니인데, 충남 지역은 고라니 서식밀도가 높아 로드킬 발생에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연간 6만~7만 건 정도의 고라니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국적으로 실제 로드킬 신고 건수는 2만여 건에 불과하다.

2014~2018년 5년 동안 충남지역 고라니 서식밀도가 산악지대에서는 100㏊당 11.4마리, 구릉 지대에서는 9.8마리로 경북을 제외하면 강원도 등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고라니의 경우 전이 지대나 평야 지대를 선호하는 가장자리 종이어서 로드킬에 취약한데, 충남은 면적 대비 농경지 비율이 높고, 서식지 대비 도로 길이도 긴 편이다.

국립생태원은 "충남지역 국토관리사무소 도로 보수원의 로드킬 조사용 앱(굿로드) 활용률이 타 지역보다 높아 로드킬 데이터 수집률이 높은 것도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로드킬의 73% 국도에서 발생

2020년 1~11월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5월에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국립생태원

2020년 1~11월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5월에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료: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인 지난해 1~11월에 수집된 로드킬 사례 1만1949건에 대해 세부 분석을 진행했다.

이들 중 포유류가 1만774건(95.9%), 조류가 429건(3.8%), 양서·파충류는 27건(0.3%)이었다.

포유류 로드킬 중 고라니가 5380건으로 전체 포유류 로드킬의 약 50%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너구리가 1086건, 노루 567건, 멸종위기종 Ⅱ급인 삵이 168건, 그리고 족제비가 145건으로 나타났다. 고양이도 2227건, 개는 483건이 수집됐다.

조류 중에는 꿩이 11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집비둘기, 까마귀 순으로 나타났다.
조류 로드킬 상위 5종에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Ⅱ급인 수리부엉이(19건)도 포함됐다.

도로유형별로는 국도에서 발생한 로드킬이 8153건(73%)으로 가장 많았고, 고속도로 1479건(13%), 지방도 848건(7.6%)이었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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