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유전자 가진 사람, 사스에 잘 걸려

중앙일보

입력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잘 걸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특정 유전자가 발견되었다고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홍콩 중국대학 세포병리학 교수 마거리트 박사는 작년 사스에 걸렸던 환자 90명과 걸리지 않았던 수천명에게서 유전자 샘플을 채취, 면역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백혈구항원(HLA) 패턴을 비교분석한 결과 HLA-B-0703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사스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4배 높게 나타났다고 밝힌 것으로 월 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반면 HLA-DRB1-0301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현저히 낮았다.

HLA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체내에 침투한 병원균을 찾아 죽이는 것을 돕는 역할을 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유전자의 패턴에 따라 결핵, 에이즈, 나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이 인체에 미치는 위력도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HLA-B-0703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사스 환자의 10.8%, 전체 홍콩인구의 2.9% 였고 HLA-DRB1-0301를 가진 사람은 사스 환자의 1.3%, 전체인구의 16.8%로 밝혀졌다.

이 결과가 확인된다면 사스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새 치료제와 예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마거리트 박사는 말했다.

만약 홍콩에서 사스가 다시 크게 발생하면 HLA-DRB1-0301 유전자를 가진 의료요원을 환자 치료와 간호에 집중배치하고 또 앞으로 사스 백신이 개발된다면 HLA-B-0703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투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Ng박사는 지적했다.

이 연구결과는 '전염병 저널'에 실릴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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