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다 고치자 "저 확진자예요"…수리공이 들은 황당한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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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 진료소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 선별 진료소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 보일러 수리기사가 고객 집을 찾아 고장 난 보일러를 고친 다음 자가격리됐다. 고객이 자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라는 사실을 수리가 끝난 다음에야 알려줬기 때문이다.

23일 경기도 부천시 등에 따르면 이달 초 보일러 수리기사 A씨는 부천 내 한 주택을 찾아 보일러 수리를 했다. 해당 집에 살고 있던 중국인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일러가 고장 났다며 수리를 요구한 데 따른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A씨는 보일러를 다 고치고 수리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황당한 소리를 듣게 됐다고 한다. 세입자 B씨가 자신이 코로나19 확진자라고 알려주면서 “나와 접촉했으니 검사를 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다. B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기다리던 중이었다고 한다.

A씨는 곧바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 나왔으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탓에 14일간의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겨울철에 일이 몰리는 직업 특성상 A씨는 당장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부천시 방역 당국은 B씨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할지 검토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자택에 있더라도 다른 사람과 접촉해서는 안 된다. 지난해 10월 유명 유튜버 국가비(여)씨가 해외 입국 후 자가격리 기간에 지인과 생일 파티를 하고 파티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달 국가비씨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A씨에게 문을 열어 준 이유로 “순간 당황해서 그랬다”고 말했다고 한다. 부천시는 B씨에게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따져볼 방침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적용 핵심은 고의성이 있느냐 없느냐이다”라며 “조사를 마치면 적절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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