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육에 '유해' 면역반응 유발 물질

중앙일보

입력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적색육에 들어 있는 물질이 인체에 해로운 면역반응을 일으켜 암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영국의 BBC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아지트 바르키 박사는 동물의 적색육에 많이 들어 있는 당(糖)의 일종인 N-글릴콜릴뉴라민산(Neu5Gc)이 인체에 들어오면 이를 외부침입자로 인식, 면역반응이 일어나며 이것이 심장병과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BBC는 전했다.

바르키 박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이 물질은 인체에서는 자연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면역체계가 이 물질을 외부물질로 인식해 공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돼지와 같은 동물의 조직이나 장기를 인간에 이식했을 때 강력한 거부반응이 나타나는 것도 이 물질 때문인지 모른다고 바르키 박사는 지적했다.

전에도 적색육이 암, 심장병과 연관 있다는 연구보고서들이 발표되었지만 모두 포화지방과 적색육을 요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에 그 원인을 돌렸다.

바르키 박사는 자신의 연구팀 3명을 대상으로 직접 실험해 본 결과 적색육에 들어 있는 이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혈관 같은 체내조직으로 흡수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바르키 박사는 이들에게 돼지고기에서 채취해 순화시킨 Neu5Gc 용액을 마시게 했다. 이 분자들은 대부분 제거되고 소량만이 체내로 흡수되었다. 이틀이 지나자 체내의 Neu5Gc 수치가 2-3배 높아졌다가 4-8일 후에는 원래의 수치로 되돌아 갔다.

바르키 박사는 인간이 수 만 년 적색육을 먹는 동안 내성이 생겼을 수 있다고 말하고 이 분자는 당장은 독성을 띠지 않지만 장기간 몸에 축적되면 이에 대한 항체의 형성과 함께 질병이 유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