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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장 올해 절반 교체, 정권말 ‘알박기’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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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공기관장 절반 이상이 올해 공석 혹은 임기 만료로 대거 교체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의 공공기관장이 차기 대선을 1년여 남겨둔 시점에서 물갈이된다. 정권 막바지에 친여 인사를 공공기관 대표로 내려보내는 이른바 ‘낙하산 알박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전체 공공기관 340곳 중 197곳(57.9%) 기관장이 공석 혹은 임기 만료로 교체 예정이다. 변창흠 전 사장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2곳은 이미 기관장 자리가 비었다. 강원랜드 등 기관장 임기가 끝나 공모 절차를 기다리는 곳도 22곳이다. 이들 기관 외 올해 기관장 임기 만료를 앞둔 곳도 163곳에 이른다. 통상 공공기관장 임기가 3년임을 고려하면 정권 초인 2018년 임명됐던 기관장이 대거 교체를 앞뒀다.

340곳 중 197곳이 공석·임기만료 #마사회·aT 공사에 전 의원들 지원 #“여권 출신 챙기기 인사 가능성”

상반기 교체예정 주요 공공기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상반기 교체예정 주요 공공기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히 상반기엔 공공기관 수십 곳에서 기관장이 바뀐다. 주요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4월 21일)과 한국수력원자력(4월 4일)은 물론 중부·동서·남동 발전(2월 12일)과 서부·남부 발전(3월 7일), 석유공사(3월 21일) 기관장이 줄줄이 상반기에 임기를 마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 근절”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가까운 정치권 인사를 기관장과 임원으로 대거 앉혀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 337곳 중 108곳(지난해 9월 기준) 기관장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분석됐다. 공공기관 세 곳 중 한 곳이 정치권 낙하산으로 채워진 셈이다. 기관장을 포함한 임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총 466명이 캠·코·더 출신이다.

국민의힘 “문 정부 공공기관장 3명 중 1명 캠·코·더”…방만·비효율 원인 비판 나와

특히 이번에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마지막 공공기관장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지난 21대 총선 낙선자나 정권 초에 자리를 받지 못했던 여권 인사의 진입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는 반대로 지금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는 더 많아지고 있다”며 “정권이 바뀔 경우를 대비해 이번에 알박기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장 심사위원을 역임했던 한 교수는 “이번이 아마도 이번 정권 마지막 최악의 ‘내 사람 챙겨주기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공모 절차에 들어간 일부 기관은 벌써 정치권 출신 인사가 지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에는 김춘진 전 민주당 의원과 문재인 정부 대선캠프 출신인 유병만 전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이 경합하고 있다. 한국마사회 후임 회장에도 김우남 전 의원이 지원했다.

업무 전문성 없이 채용하는 낙하산 인사는 공공기관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이끄는 주범으로 지적돼 왔다. 정권과 가깝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예산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쌈짓돈이 된 사례도 많다. 또 권력의 측근이 공공기관장이 됐다는 이유로 과도한 지원금을 받는 사례도 문제가 됐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분석한 ‘2016~2020년 각 부처 관할 공공기관 및 시민단체 국고보조금 지급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지원금은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주도했던 김용락 이사장이 취임한 후 2017년 38억원에서 2020년 17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국제방송교류재단(아리랑국제방송)도 문재인 후보 미디어특보단이었던 이승열 이사장 임명 후 지원금이 2018년 25억원→2020년 175억원으로 7배로 뛰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는 정치적으로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효율성·합리성 같은 주된 임무를 버리고 공공 기능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 운영한다”며 “이 과정에서 본래 운영 목적이 훼손되면서 근본적으로 공공기관이 망가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공공기관장 지원 기준을 좀 더 좁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치권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게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해당 분야 전문성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게 자격 요건을 강화하자는 말이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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