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무리한 '참치 경고'로 물의

중앙일보

입력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최근 냉동 참치에 다량의 메틸수은이 들어 있다며 너무 많이 먹지 말 것을 권고한 것과 관련, 원양업체와 시중 참치횟집 등 관련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식약청은 이번에 서로 다른 어종인 참치와 새치를 구분하지 않은채 사실과 다른 내용을 경고내용으로 발표하고, 메틸수은 함량도 외국 기관 자료를 검증없이 인용해 문제가 되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청은 최근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의 '핫이슈' 코너를 통해 '냉동참치와 상어에는 인체에 해로운 메틸수은이 많이 들어 있어 임산부나 유아는 주 1회 이하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주요 선진국 보건당국도 황새치 등을 다량 섭취하지 말도록 경고하고 있다면서 어종별 수은 함유량 자료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원양어업협회 등 관련 단체와 업계는 전혀 다른 어종인 새치와 참치도 구분하지 못한 '무지(無知)의 소치'라며 강도높게 식약청을 비난하고 있다.

우선 황새치의 유해성을 보여주는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 전혀 다른 어종인 참치의 섭취를 줄이라고 권고한 것 자체가 단순히 `전문성 부족'을 넘어서 국가기관으로서의 기본 자세를 의심케 한다는 지적이다.

원양업계에서는 참다랑어, 황다랑어, 눈다랑어, 날개다랑어, 가다랑어 등 5종을 참치류라고 하며, 이번에 식약청이 참치와 같은 어종으로 혼동한 황새치는 돛새치, 흑새치, 청새치, 백새치 등과 함께 새치류로 분류한다.

또 식약청이 외국 사례로 밝힌 '미국 FDA, 캔참치 주 1개 이하 섭취 권고'도 사실은 FDA 산하 자문위원회 견해이며, 공식적으로 FDA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식약청의 무책임한 발표 이후 대다수 참치횟집들에서는 고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고, 급기야 원양어업협회가 식약청에 강력히 항의하며 정정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원양어업협회 관계자는 "참치의 수은 함유량은 쌀과 비슷한 수준이고, 이마저도 참치의 셀레늄 성분에 의해 중화된다"면서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식약청이 터무니없이 무책임한 행동으로 국민을 오도하고 업계에도 큰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시중 업소에서 판매되는 참치회를 대상으로 조사한다고 했으나 실제 조사한 참치회에는 분명 황새치도 포함돼 있었다"면서 "어종 구분과 관련 자료가 정확하지 않았음은 인정하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홈페이지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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