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보다 남아공 변이 더 문제, 백신 효과 없을 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백신 내성’ 가능성과 관련해 긴급 실험에 나섰다. 영국에서 남아공발(發) 변이 바이러스에는 기존 백신이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영국 전문가들, 내성 가능성 지적 #남아공 정부, 백신 효과 긴급 실험 #전파력 1.7배, 감염자 급증 우려

남아공 감염병 전문가 리처드 레셀스 박사는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변이 바이러스의 백신 무력화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소에서 긴급 실험을 진행 중”이라며 “이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남아공 정부는 코로나19 항체 보유자나 백신 접종자의 혈액을 채취하고 여기에 변이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실험을 진행해 기존 백신의 효과를 판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긴급 실험은 매트 핸콕 영국 보건장관의 4일(현지시간) BBC와 인터뷰에서 비롯했다. 핸콕 장관은 “남아공에서 시작된 변이 바이러스는 영국의 변이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큰 문제”라며 “굉장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영국 정부 백신 태스크포스(TF)팀의 존 벨 박사는 “현재 개발된 백신들은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는 효과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남아공 변이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는 항체가 달라붙는 부위에 변이가 나타나 백신이 효과를 발휘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

전파력이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백신에 내성까지 나타낼 경우 감염자와 사망자가 모두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B.1.1.7)와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501.V2)는 모두 기존 바이러스보다 1.5~1.7배 이상 전파력이 강하다.

문제는 이런 변이 바이러스가 5일 간신히 700명대로 감소한 국내 방역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9건과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 1건 등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총 10건 확인됐다”면서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의 첫 국내 유입 사례를 공개했다. 정부는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아랍에미리트(UAE)를 경유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왔으며 지역사회 접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신 전문가들은 기존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적용되지 않더라도 12개월 이내에 새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벨 박사는 “변이가 백신 효능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아니며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설령 효과가 없더라도 재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