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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의학] 동종요법

중앙일보

입력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학병원을 비롯한 일부 개원가에서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것.

하지만 유럽에선 대중화된 지 2백년이나 됐다. 독일에는 동종치료사가 6천여명, 프랑스엔 5천여명이 활동하고 있을 정도. 미국의 부호 록펠러, 발명가 에디슨, 소설가 마크 트웨인, 인도의 간디 등도 동종요법의 적극적인 지지자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현대의학과 통합.발전할 수 있는 대체의학의 하나로 인정했다.


◇ 세가지 법칙을 철저히 지킨다

동종요법의 목표는 자연치유력(생명력)의 회복이다. 병을 극복하는 능력이 우리 몸속에 있어 이를 자극하는 것. 환자의 증상과 비슷한 상태를 만드는 약을 복용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첫번째 원리는 '유사의 법칙'이다.'비슷한 것은 비슷한 것으로 치유한다'(like cures like)는 고대 그리스의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실천한다. 예컨대 벌에 쏘여 가려워하는 환자에게 벌의 침을 먹게 하는 식이다. 기관지 천식 환자에겐 천식 증상을 일으키는 약을 처방한다. 바로 이 점이 환자의 병적 상태와 정반대의 약을 써서 증상을 억제하는 현대의학과 다르다.

두번째 원리는 '극미량의 법칙'이다. 현대의학에선 약 한 알로 낫지 않으면 두 알을 처방한다. 그러나 동종요법은 약을 적게 쓰면 적게 쓸수록 치료효과가 높아진다. 이를 위해 약을 수십, 수백 번 희석한다. 환자가 먹는 약 안에는 미량의 독성물질도 허락하지 않는다.

약은 거의 자연에서 얻는다. 따라서 대량 생산되는 화학합성 약과는 거리가 멀다. 자연계에 널린 식물(할미꽃.측백나무.옻나무 등).동물(오징어.꿀벌.거미.뱀 등).광물(금.철.소금.모래.비소 등)이 모두 약의 원료가 된다. 때로는 결핵환자의 고름, 암환자의 암조직으로도 약을 만든다.

세번째 원리는 '환자 개성을 존중하는 법칙'이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로 굳어진 현대의학과 대비된다. 초진에만 보통 한두 시간을 할애할 정도.

환자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성생활.꿈.좋아하는 노래.배변 습관 등을 묻고 환자의 괴로운 사정을 마음껏 표현하도록 한다. 치료자는 환자의 괴로움을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병적 변화를 일으킨 몸의 일부분에 치료의 초점을 맞추는 현대의학과는 달리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 전체를 본다.

환자가 찾아 오면 의사는 의대에서 배운 대로 비슷한 처방을 내린다. 그러나 동종요법에선 환자 각자의 개성을 중시한다. 일종의 맞춤식 치료다. 같은 병을 앓고, 주증상이 같더라도 고통의 사연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부녀의 사례를 들어보자. 딸은 겨울.아침에, 아버지는 여름.오후에 요통이 더 심해진다면 병명은 같아도 처방은 달라진다. 딸에겐 할미꽃으로 만든 펄사틸라, 아버지에겐 소금으로 제조한 나트룸 뮤리아티쿰이란 약을 처방해야 약이 잘 듣는다.

◇ 집에서 직접 체험한다

벌레에 물렸을 때는 아피스(벌침), 출혈에는 아니카(국화과 식물), 통증에는 카모밀라(카모마일)가 효과적이다. 구토.설사엔 눅스 보미카(중국.태국 등에 분포하는 상록수), 감기.기관지염엔 브리오니아(산박과의 넝쿨식물), 간단한 중이염엔 펄사틸라가 흔히 처방된다. 폐경 등 갱년기 장애엔 시미시푸가(승마), 우울증.심한 슬픔.수면장애엔 이그나시아(콩의 일종), 피부발진엔 설파(황)가 좋다.

동종요법에 사용되는 약은 유럽.미국에선 시판 중이나 국내에선 아직 살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현재 약의 시판 허가를 검토하고 있다. 의사처방이 필요없는 약이므로 인터넷 주문은 가능하다. 동종요법은 현재 가천의대 길병원(이성재 교수).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박은숙 교수).을지의대 대전병원(임종호 교수).포천중문의대 차병원(김영구 교수), 서울 강남의 일부 개원가에서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 치료 가능한 질환

동종요법 적용 질환은 기관지 천식.폐렴.협심증.부정맥.고혈압.아토피성 피부염.변비.설사.간염.간경화.위궤양.위장염.퇴행성 관절염.골다공증.파킨슨씨병.신경마비.우울증.공황장애.주의력 결핍.학습장애 등 매우 광범위하다. 암환자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수술이 필요한 외과질환엔 도움을 주지 못한다.


도움말 주신 분 : 가천의대 길병원 통합의학센터 이성재 교수,포천중문의대 차병원 대체의학센터 김영구 교수,경희의료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

◆ 동종요법(homeopathy) = '비슷한'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homoios'와 '고통'을 의미하는 'pathos'의 합성어. 히포크라테스가 기원전 4세기 유사성의 원리를 처음으로 발견했고, 2000여년 뒤인 1790년대 독일의사 사무엘 하네만에 의해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약을 써서 환자의 병적 상태와 비슷한 상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줌으로써 환자의 자연 치유과정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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