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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불지핀 디지털화폐 경쟁, 내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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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셔터스톡]

2년 전만 해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글로벌 사회의 담론은 발행 가능성과 잠재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사회로의 이행이 급속화하면서 각국의 태도가 달라졌다.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중앙은행의 80%는 CBDC 도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비대면 사회에서 CBDC는 현금을 대체하고 전통 금융 시스템을 개편할 뿐만 아니라 돈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전세계 금융 및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CBDC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할까. 12월 28일 암호화폐 미디어 코인텔레그래프는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를 정리했다.

#코로나 유행, CBDC 대한 태도 바꿔놨다  

올 들어 전세계 CBDC 연구와 개발에 속도가 붙은 건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이 크다. 스드넬 딕슨(Denelle Dixon) 스텔라 개발 재단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 대유행은 인류의 기술 개발을 20년 앞당기는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CBDC의 잠재력을 확인시켜주는 데에도 일조했다"며 "CBDC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스 타버트(Heath Tarbert)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도 "금융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서 정부 재난지원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며 CBDC 필요성이 부각됐다"며 "코로나 확산은 전세계가 CBDC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자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CBDC 도입 빨라

CBDC에 대한 필요성은 전세계가 공통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특히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재빠른 행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0월 바하마는 세계 최초로 CBDC를 발행했고 러시아도 내년 디지털루블을 내놓을 전망이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년에서야 디지털 유로에 대한 검토를 실시할 예정이며 발행까지는 적어도 5년은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일본도 중국을 의식해 디지털 엔화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수년은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디지털화폐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양국의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중에서 중국은 이미 2014년부터 CBDC 연구를 암암리에 진행해온 중국은 올 들어 여러 지역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며 공식 발행 전 막바지 작업에 돌입했다. 미국에서는 올초 민간 차원의 연구가 본격화됐을 뿐 정부는 발행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화폐에서만큼은 중국이 앞서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폴 브로디(Paul Brody) EY 블록체인 기술 분야 수석은 "명확한 로드맵에 따라 테스트를 진행 중인 중국은 CBDC에 관한 한 이미 주도권을 잡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도 그 위상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에민 군 시러(Amin Gün Sirer) 아바랩스 CEO는 "중국은 그간 (디지털화폐의) 선제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 상당한 진전을 거뒀다"며 "미국은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화 헤게모니를 위협받게 됐다"고 말했다. 

#"CBDC와 비트코인은 경쟁하지 않는다"

CBDC의 급속한 발전으로 블록체인의 미래도 낙관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훙페이 네오 설립자는 "블록체인은 CBDC의 근간 기술로서 앞으로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맨스 하몬(Mance Harmon) 헤데라 해시그래프 CEO도 "CBDC가 암호화 관련 개념을 차용한다는 점에서 CBDC 도입은 암호화폐와 분산원장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CBDC가 중앙집중화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투명성과 공개성이 가장 큰 특징인 암호화폐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금'으로 부상한 비트코인과 CBDC는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제임스 버터필(James Butterfill) 코인셰어스 투자전략가는 "비트코인은 공급량이 한정돼 있어 국가의 통화 역할을 하는 CBDC보다 가치저장수단으로서 유용하다"며 "CBDC가 비트코인을 대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측했다. 비니 링햄(Vinny Lingham) 시빅 CEO는 "비트코인의 비정치적 속성은 정치적 성향을 띨 수밖에 없는 CBDC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둘은 공존할 수는 있지만 결코 같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샘슨 모우(Samson Mow) 블록스트림 최고전략책임자는 "CBDC는 비트코인이 아닌 스테이블 코인이나 시중은행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CBDC 전망은 어떨까

올해 전세계가 CBDC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도입 준비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내년은 어떨까. 스드넬 딕슨 스텔라 개발 재단 CEO는 "2021년에는 여러 중앙은행이 올해 습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실천에 옮기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당장은 중국이 앞서고 있지만 각국의 행보가 빨라지면서 경주가 치열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도미니크 시니어(Dominik Schiener) IOTA 재단 공동설립자는 "내년 여러 국가의 CBDC 내부 테스트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다만 기술적 제약에 더해 규제 불확실성이 커져 2024년까지는 발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임스 버터필 코인셰어스 투자전략가도 이러한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CBDC는 상업은행의 존재가치를 위협하고 분산원장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는 점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내년에는 혼란이 오히려 증폭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선아 기자 kwon.se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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