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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커버스토리] 절정 치닫는 설악 단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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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지금 거대한 단풍 화염에 휩싸였다.

지난달 25일 대청봉(1천7백8m)을 물들인 단풍은 하루에

40m씩 내려오면서 산 전체를 한 폭의 수채화로 꾸미고 있다. 이달 중순 단풍은 해발 5백m대인 천불동.수렴동.십이선녀탕계곡 등까지 남하한다.

올 설악산의 단풍은 우려했던 것과 달리 빛깔이 곱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 관리사무소는 "9월에 비가 자주 내려 일조량이 부족한 데다가 태풍 '매미'까지 겹쳐 걱정했는데 단풍 색깔이 지난해보다 훨씬 좋다"고 설명했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설악산 단풍을 감상하며 추억의 책갈피를 곱게 물들여보자.

1970년 한국에서 다섯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82년에는 유네스코가 국내 유일의 생물권 보전지구로 정한 설악산은 크게 내.외설악과 남설악으로 구분된다. 외설악은 속초시 설악동, 내설악은 인제군 용대리와 남교리, 남설악은 양양군 오색리 일대를 말한다.

해마다 단풍철이면 설악산은 수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2년 전에는 전 등산로마다 최악의 정체가 빚어져 하산 시간이 평소의 1.5배나 걸리기도 했다. 설악산 단풍의 유명세에는 남한에서 단풍이 제일 먼저 시작된다는 점도 작용한다.

설악산의 단풍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무엇보다 여유가 필요하다. 우선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주말은 피하는 게 좋다. 등산 애호가가 아니라면 굳이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긴 행렬에 끼지 말고 숙소에서 하루거리로 계곡과 능선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는 게 오히려 낫다. 단풍 시즌에는 중청.소청.희운각 등 대청봉 부근의 대피소마다 사람들로 넘쳐나 곤혹스러운 하룻밤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설악산 사진작가 성동규씨는 "능선에 비해 해가 늦게 들고 일찍 지는 골짜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가 단풍을 감상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간"이라며 "단풍은 역광이 비칠 때가 더 보기에 좋다"고 말했다. 만일에 대비해 헤드랜턴이나 손전등.보온 의류는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 1박2일 코스

비선대~희운각대피소~공룡능선~비선대=비선대에서 천불동계곡을 천천히 올라 희운각대피소에서 하룻밤 잔 뒤 다음날 공룡능선을 타고 마등령을 거쳐 다시 비선대로 내려오는 1박2일 원점 회귀 산행이다. 천불동계곡의 수려한 풍광과 설악의 백미로 꼽히는 공룡능선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소공원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는 넉넉히 5시간 정도 걸리지만 이미 힘이 빠진 상태라 대피소에서 1박을 한다. 희운각대피소에서 공룡능선을 넘어 비선대까지는 8시간 정도 걸린다. 이 코스는 거꾸로 올라도 된다. 하지만 다리 힘이 많이 빠진 상태에서 내려가는 천불동계곡의 철계단은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으로 혼잡하다.

*** 당일 코스

비선대 ~ 천불동계곡=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대표적인 등산로다. 천불동계곡은 수려한 풍광 때문에 단풍 감상의 일급 명소로 손꼽힌다. 비선대대피소에서 아치형 철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되면서 문수담.이호담.귀면암.오련폭포.양폭.천당폭 등의 비경이 펼쳐진다. 이 코스는 위험 구간마다 철다리가 놓여 있어 안전하지만 계단 경사가 가팔라 노약자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힘에 부칠 수 있다. 오련폭포~양폭~천당폭 구간이 압권이다. 소공원에서부터 천당폭까지 3시간 30분~4시간 정도 걸리지만, 단풍철에는 시간을 더 여유있게 잡도록 한다. 소공원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면 천당폭까지 하루에 왕복이 가능하다.

비선대 ~ 마등령=수종이 다양해서 저마다 다른 화려한 단풍 색깔을 감상할 수 있다. 게다가 역광이 들어오는 구간이라 단풍이 더욱 아름다운 코스다. 비선대 철다리를 건너 오른쪽 금강굴 방향으로 오르다 보면 등산로 2개가 나온다.

이중 왼쪽이 마등령으로 올라가는 길. 이 코스는 비선대에서부터 오르막을 3시간 가량 올라야 하므로 체력 소모가 많은 게 흠이다. 하지만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외설악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올라온 길을 다시 내려가기 싫으면 오세암을 거쳐 백담사로 하산한다. 마등령에서 백담사까지 하산 시간은 넉넉하게 4시간 정도 걸린다. 한편 공룡능선을 넘고 희운각대피소로 가는 코스도 있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체력 부담이 크다.

수렴동계곡 ~ 구곡담계곡=험난하고 복잡한 천불동계곡에 비해 길이 완만하고 호젓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백담분소에서 백담사 밑까지 셔틀버스가 다닌다. 백담계곡은 백담사에서 수렴동계곡으로, 수렴동대피소부터 청봉골까지 구곡담계곡으로 이름이 바뀐다. 사미소.정유소.구담.만수담.용손폭.용아폭.쌍폭 등 담과 소, 폭포가 눈길을 끄는 이 코스는 쉬엄쉬엄 가면서 주변 경치를 즐겨야 제맛이 난다. 셔틀버스 종점에서 수렴동대피소까지 3시간 가량 걸린다. 수렴동대피소에서 2시간 정도 더 올라가면 쌍폭 전망대가 나오는데 여기에서 하산하면 된다. 또 수렴동대피소(033-462-2576)에서 1박(1인당 3천원)하면서 주변의 오세암이나 망경대 등을 둘러봐도 좋다.

이 밖에 내설악 십이선녀탕계곡의 복숭아탕(왕복 5시간), 남설악의 주전골(왕복 3시간) 등도 당일 단풍 탐승지로 유명하다.

박성용 월간 'MOUNTAIN' 기자

김종권 월간 'MOUNTAIN' 사진편집위원

교통 정보=단풍철 설악산 일대는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진다. 자가용으로 갈 경우 밤에 출발하면 한결 낫다. 영동고속도로가 막히면 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서울 망우동에서 6번 국도를 타고 홍천에서 44번 국도로 접어들면 인제.원통을 거쳐 한계민예단지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몇 구간을 빼고는 우회로가 잘 나있다. 삼거리에서 왼쪽 46번 국도는 미시령을 넘어 속초로 이어지고, 오른쪽 44번 국도는 한계령을 넘어 양양으로 빠진다.

대중교통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동서울종합터미널.상봉터미널에서 수시로 출발하는 속초행 고속버스나 직통버스.무정차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여행사 관광버스도 있다. 오진관광(02-739-1211) 버스가 매일 오전 9시 7호선 반포역 6번 출구, 오전 9시20분 잠실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 앞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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