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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고개숙인 남성, 호르몬의 요술

중앙일보

입력

'나는 아담의 미약(媚藥)이다. 어떤 이는 남자를 만드는 연금술사라고도 부른다. 나는 사랑이라는 불꽃이 타오르도록 도와주는 산소와 같은 존재다. 내가 없었다면 인간은 무척이나 무덤덤하게 살아갈 것이다. 얼마나 불행하고 끔찍한 일인가.

나는 종족 보존을 위한 진화의 산물이다. 때론 생식활동을 통해 나의 존재를 과시한다. 그러다 보니 역할을 다했다 싶으면 나는 서서히 무대에서 사라진다. 고개 숙인 아담의 눈물처럼 고갈돼 가는 것이다. 이쯤 하면 독자들은 내가 누군지 눈치챘을 것이다'.

▶자식 없으면 오래 산다? = 번식행위와 장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영국의 귀족 3만2천명의 족보를 조사했더니 자식이 적은 사람이 장수할 가능성이 컸더란다. 거세당한 남성이 더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참 한가한 연구라고 생각되겠지만 여기에는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장수보다는 생식활동에 기여한다는 단적인 근거가 담겨 있다.

"일할 의욕이 떨어지고 통 집중이 안됩니다. 아내와의 잠자리를 멀리한 지도 오래 됐고, 예쁜 여자를 봐도 시큰둥합니다." 우리네 보통 중년의 푸념이다.

무슨 병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종합검진을 하지만 결과는 정상. 정밀 진단결과 '주범'이 잡힌다. 남성호르몬의 저하가 원인이다.

남성호르몬은 30세가 되면서 해마다 1%씩 떨어진다. 20여 년에 걸쳐 갱년기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년 이후 남성이 가정적이 되고, 아내의 치마폭으로 돌아가는 것도 남성호르몬의 '장난'이다.

남성의 바람기를 주도하는 테스토스테론은 줄어드는데 함께 공존하는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그대로 유지되니 여성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자를 지배하는 남성호르몬=공격성.도전성.진취성.강인함.활력…. 남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특징들을 뒤에서 조정하는 것이 테스토스테론이다. 남성호르몬의 작용은 임신 7주 때 시작된다. 호르몬은 Y염색체를 가진 태아의 생식기를 '조각'한다.

더욱 흥미를 끄는 것은 태도와 행동의 변화다. 이른바 '뇌의 남성화'다.

암캉아지에게 남성호르몬을 주입하면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며, 고환을 떼낸 수캉아지는 앉아서 방뇨를 한다. 남성 호르몬을 주입한 암컷 새끼쥐는 발정기가 되면 수컷처럼 올라타려는 성(性)행태를 보인다. 호르몬이 뇌에 이런 행동을 '각인'시켜 놓은 결과다.

태아기 남성호르몬은 임신 15~16주 때 최고조에 달하다가 점차 감소돼 출생시엔 거의 분비되지 않게 된다. 그러다 8세 때 분비되기 시작, 17세 때 정점에 다다른다.

사춘기 때부터 분비된 남성호르몬은 남성 생식기를 완성시키고 성욕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뼈나 근육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책을 가슴에 안고 다니는 소녀와 달리 책을 옆구리에 끼고 어깨를 휘젓게 만드는 미묘한 행동을 호르몬이 '지시'하는 것이다.

▶다시 일어서라, 중년이여=생식과 수명은 시소와 같다. 한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쪽은 내려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현대 의학은 이 둘이 균형을 잡도록 도와준다. 비아그라와 같은 해피드러그는 남성의 생식수명을 생이 마감할 때까지(?) 늘리도록 지원한다. 남성들은 생리현상에 의존하지 않고 약물로 간단하게 '스위치'를 켜는 것이다.

이젠 남성호르몬도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시대다. 40~60세의 7%, 60~80세에선 22%의 남성이 외부에서 남성호르몬을 공급하지 않으면 갱년기 증상을 심하게 겪는다.

중.노년기 남성 중 몸이 이전같지 않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자가검진을 통해 혈중 남성호르몬 수치를 검사해보자.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지나치게 떨어져 있을 땐(통상 3백ng/㎗전후) 모자란 만큼 보충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한달에 한번씩 호르몬 주사를 맞거나 매일 약이나 패치를 붙이는 등 방법은 많다. 그러나 수면 무호흡증이 있거나 전립선암 환자, 전립선비대로 인해 소변 보기 힘든 환자는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있으므로 치료에서 제외된다.

도움말 주신 분:중대용산병원 비뇨기과 김세철 교수,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백재승 교수

◇ 중.노년기 남성이 알아야 할 점

(1) 남성 호르몬은 활력.근력.성욕 등의 근원이다
(2) 나이가 들면 남성호르몬은 감소하게 마련이다
(3) 중년기부터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력.뼈를 강화시켜야
(4) 취미생활 등으로 하루 한번은 즐거운 일을 만든다
(5) 의식적으로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젊게 살려고 노력한다
(6) 과음.흡연.스트레스 등 노화 촉진 요인을 멀리한다
(7) 40세 이후부터는 매년 정기검진을 받는다

자료: 중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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