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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씩 예약하면 되겠지"...'5인 모임 금지령'에 기막힌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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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 23일 0시부터 내년 1월 3일 밤 12시까지 12일간 5인 이상 사적(私的) 모임을 제한한다. /뉴스1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이 23일 0시부터 내년 1월 3일 밤 12시까지 12일간 5인 이상 사적(私的) 모임을 제한한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3일부터 수도권 전역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되는 가운데 '인원 쪼개기' 등 꼼수로 방역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 같은 목적을 가진 5인 이상이 모일 수 없지만, 막상 3단계 격상을 하지 않아 다중이용시설 대부분은 그대로 운영돼 '사각지대' 문제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4인씩 예약' 꼼수 늘어날까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수도권에 이어 오는 24일부터 전국 식당에서 5인 이상의 모임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식당 내 5인 모임 금지 지침을 위반할 경우 운영자에는 300만원 이하, 이용자에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일행이 4명씩 인원을 나눠 식당을 예약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서울 역삼동 소재 직장인 A씨는 "어제 5인 이상 모임 금지 발표가 나자마자 회사에선 '4명씩 돌아가면서 회식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더라"며 "정부가 초강수를 뒀다곤 하지만 어떻게든 모이려는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당 주인들은 당장 5인 이상 예약을 일괄 취소해야 하는지, 테이블 배치를 바꿔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경기 남양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다음 주 예약 취소건 중에 한 단체가 4인씩 예약을 따로 하고 기준에 맞게 떨어져 앉으면 되지 않냐는 문의가 있었다"며 "혹시라도 모르고 그런 예약을 받았다가 걸리면 업주가 300만원을 물게 되는 거냐"고 반문했다.

숙박업은 방 쪼개기?

정부는 이날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파티룸을 집합금지 업종으로 지정하고 전국 숙박시설 예약도 50%로 제한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서울시 등 수도권 지자체가 21일 '5인 이상 모임 금지' 방침을 발표한 직후 온라인에는 4인씩 방을 나눠 잡으면 5인 이상 단체라도 방역지침에 어긋나지 않는 거냐는 질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숙박업 운영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최근 일행끼리 여러 객실을 잡지 못하게 규정을 세웠는데 고객이 왜 안 되느냐고 되묻더라"며 "최악의 경우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칙을 지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권의 한 휴양림에서 근무하는 직원 C씨는 "평소에도 두 가족이 함께 와 각각 4인실에 머무는 방문객이 많은데, 이런 경우 제재를 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휴양림은 연말까지 예약이 100% 차 있는 상황인데 아직 세부 방침이 내려오지 않아 취소 연락은 돌리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 스스로 위기의식 가져야"

22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내 한 스키장이 제설기 가동을 멈춘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22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내 한 스키장이 제설기 가동을 멈춘 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정재훈 가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방역을 피해 가는 꼼수는 일종의 도덕적 해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것까지 막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거리두기 단계를 상향해봐야 국민들이 안 지키면 의미가 없다. 하나하나 다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정책을 일관성 있게 펼쳐서 국민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스스로 방역 수칙을 지키도록 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강조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열고 "지난 1주간 전국 일평균 90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요양병원, 요양시설, 종교시설 등 고위험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탄절과 연말연시 연휴를 전후로 모임·여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감염 확산의 위험이 큰 상황"이라며 특별방역대책 도입 배경을 밝혔다.

특별방역대책에 따르면 식당 5인 이상 모임 금지·파티룸 집합금지 조치 외에 겨울철에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스키장, 눈썰매장, 스케이트장 등 겨울스포츠시설도 전국적으로 집합 금지한다. 또 해맞이·해넘이 등을 보기 위해 연말연시 인파가 몰리는 강릉 정동진, 울산 간절곶, 포항 호미곶, 서울 남산공원 등 관광명소 및 국공립공원 등도 폐쇄될 예정이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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