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손 귀한 것은 유전자 대물림 탓"…차병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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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손이 귀한 집안은 불임 원인이 될 수 있는 유전자 이상이 대물림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이수만(여성의학연구소).김현주(비뇨기과) 교수팀은 원인불명의 남성불임환자 95명과 정상인 남자 200명의 유전적 차이를 염기서열 비교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불임 남성의 24.2%에서 정상군과 다른 염색체 및 Y염색체 결실 등 유전적 이상이 발견됐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조사대상 불임남성 가운데 1명은 황체형성호르몬(LH) 유전자가 정상인과 달리 특정 부분에서 염기의 결합순서가 바뀌어 있는 등 부모에게서 유전적 이상이 대물림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즉 LH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남성이 같은 조건의 여성을 만나게 되면 자식이 불임이 될 확률은 25%에 달하며, 부모 중 한쪽만 이상이 있는 경우 불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황체형성호르몬은 정자 생산에 필수적인 호르몬으로, 남성의 경우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생성을 촉진해 2차 성징을 일으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불임부부들에게 적용할 경우, 유전자 진단을 통해 미리 인공적인 임신 가능성 여부를 파악함으로써 불필요하게 반복될 수 있는 시험관 시술 등에 따른 개인적 고통과 비용지출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생식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이수만 교수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의 이상이 남성불임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규명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라며 "특히 황체형성호르몬 유전자와 같은 특정 유전자의 이상에 의한 불임은 한 집안의 내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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