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 빚에 쪼들린 신혼, 57% 집 없고 43% 애 안 낳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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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집을 산 신혼부부는 줄었지만, 빚을 낸 신혼부부는 늘었다. 통계청은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신혼부부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초혼 신혼부부 수는 99만8000쌍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5만4000쌍 줄어 처음으로 100만쌍 미만이 됐다. 신혼부부통계는 매년 11월을 기준으로 혼인 신고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부부를 대상으로 한다.

통계청 ‘2019년 신혼부부’ 발표 #내집 마련 43%, 통계 시작 뒤 최저 #소득 3.7% 늘었는데 빚 12% 증가

주택을 소유한 초혼 신혼부부 비중은 42.9%(42만8000쌍)로 전년(43.8%)보다 0.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비중이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모은 돈이 적은 신혼부부가 집을 사는 것이 더욱 힘들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신혼부부, 빚은 늘었는데 집 사기는 어려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신혼부부, 빚은 늘었는데 집 사기는 어려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근에 결혼한 부부일수록 이같은 경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1년 차 신혼부부 중 집을 가진 비중은 29.9%로 가장 낮았다. 신혼부부가 소유한 집값은 올해 1월 주택공시가격을 기준 1억5000만원 초과~3억원 이하가 36.7%로 가장 많았다. 60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31.8%), 3억원 초과~6억원 이하(17.5%) 순이었다.

신혼부부 10쌍 중 8~9쌍은 빚을 안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금융권 대출 잔액이 있는 초혼 신혼부부는 85.8%였다. 전년(85.1%)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갚아야 할 대출 잔액이 매년 10% 이상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신혼부부의 대출 잔액 중앙값(대출 잔액을 크기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값)은 1억1208만원이다. 1억원이던 1년 전보다 12.1% 증가했다. 대출잔액 구간은 1억~2억원 미만 구간이 32.4%로 가장 많았고, 2억~3억원 미만(13.0%), 7000만~1억 미만(11.6%) 순이었다.

주택을 소유한 부부의 대출잔액 중앙값은 1억4674만원으로 무주택 부부(8790만원) 보다 약 1.7배 많았다. 내 집 마련을 위해 목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벌이 부부보다는 맞벌이 부부가, 자녀가 없는 부부보다는 자녀가 있는 부부가 대출이 많았다.

초혼 신혼부부의 연간 평균 소득은 5707만원으로 1년 전보다 3.7% 증가했다. 맞벌이와 외벌이 부부간의 격차가 컸다. 초혼 신혼부부 중 맞벌이 부부는 전체의 49.1%를 차지했는데, 이들의 평균 소득은 7582만원이다. 외벌이(4316만원)보다 1.8배 많다. 맞벌이 부부는 7000만~1억원 미만이 27.5%로 가장 많았으나 외벌이 부부는 3000만~5000만원 미만이 34.9%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신혼부부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로 전체의 28.3%가 살고 있었다. 서울이 18.4%, 경남이 6.3%로 뒤를 이었다. 대부분이 아파트(69.8%)에 거주했고, 단독주택(13.4%)에 사는 비중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초혼 신혼부부 중 아이를 낳지 않은 경우는 1년 전보다 2.3%포인트 오른 42.5%였다. 맞벌이 부부가 47.6%로 외벌이 부부(36.6%)보다 11%포인트 높았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어느 정도 충분한 경제환경을 꾸리기 위해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소득이 많을수록 이 비중이 높은 점도 눈에 띈다. 1억원 이상 버는 신혼부부의 경우 50.9%가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등 소득 구간이 위로 갈수록 비중이 올라갔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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