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훼손시신 사건' 범인 지목된 그, 실종된 동거녀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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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타 훼손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담벼락 아래 모습. 송봉근 기자

불에 타 훼손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담벼락 아래 모습. 송봉근 기자

지난 8일 오전 3시쯤 경남 양산시 북부동의 한 교회로 쓰던 건물 담벼락 쓰레기 더미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 훼손된 시신이 발견되면서 ‘양산 시신 훼손 사건’이 드러났다. 경찰은 신체 특징 등을 고려해 훼손된 시신이 50~60대 여성인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곳이 재개발로 인해 인적이 드물고 현장을 비추고 있는 폐쇄회로TV(CCTV)도 없어 곧바로 범인의 단서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사건추적] #8일 양산 북부동 한 재개발 지역에서 훼손된 여성 시신 발견 #사건 발생 15시간 여 만에 인근 300m에 살던 A씨 긴급 체포 #A씨 경찰 조사에서 "사건 현장에 간 적 없다 "혐의 전면 부인 #경찰 A씨 사라진 동거녀와 훼손된 시신의 유전자 비교 검증

피의자는 사건 발생 지점 300m에 살던 주민 

그러나 사건 발생 15시간 여 만에 50대 용의자 A씨가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A씨는 현재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경찰이 다수의 전과가 있는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건 사건 발생 초기 현장 주변 CCTV를 분석하면서 확보한 단서 때문이다.

경찰 조사 결과 최초 불이 난 시간은 8일 오전 2시 36분쯤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교회 주변 다른 건물 등에 있는 CCTV 분석 결과 A씨가 불이 난 시간 전후로 사건 현장 인근을 걸어서 지나간 것을 발견했다. 이후 A씨의 동선을 추적한 결과 사건 현장에서 300m 떨어진 지점에 있는 한 빌라에 A씨가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주변 탐문수사를 한 결과 A씨가 훼손된 여성과 비슷한 나이대(50대)의 여성과 함께 2년 전부터 동거해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이웃들로부터 “동거녀가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동거녀 가족들로부터도 비슷한 진술 등을 확보한 뒤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 8일 오후 4시 48분쯤 주거지로 귀가하는 A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동거녀가 경찰 등에 실종신고가 된 상태는 아니었다.

동거녀 머리카락과 훼손된 시신 DNA 감식 의뢰 

경찰은 A씨를 긴급체포한 뒤 그의 집에 대한 수색을 통해 집 안에서 일부 혈흔도 찾아냈다. 또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거녀가 남긴 머리카락과 칫솔 등 DNA 지문을 확인할 수 있는 다수의 물품을 찾아내 훼손된 시신과 일치하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이르면 오늘 밤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동거녀와 훼손된 시신의 DNA 일치 여부가 회신 될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가지 정황 증거와 함께 DNA 일치 여부만 확인이 되면 A씨가 범인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고 말했다.

경찰이 A씨의 집과 교회 주변 등에 대해 수색을 했지만 훼손된 시신의 사라진 일부를 찾지는 못한 상태다. 경찰은 훼손된 시신이 일부 부패가 진행된 점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시간을 수사 중이다.

지난 8일 훼손된 여성 시신 발견된 경남 양산시 한 교회로 쓰던 폐건물 인근 모습. 송봉근 기자

지난 8일 훼손된 여성 시신 발견된 경남 양산시 한 교회로 쓰던 폐건물 인근 모습. 송봉근 기자

피의자 A씨 범행 일체 부인…“현장 간 적 없다” 

그러나 A씨는 현재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건 현장에 간 적이 없다. (동거녀는) 자주 집을 나갔는데 이번에도 그런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직접적인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A씨가 사건 현장 주변을 단순히 지나간 것인지 아니면 사건 현장에 머문 것인지를 확인할 CCTV가 없다. 특히 현재까지 A씨가 찍힌 다른 CCTV에서도 A씨가 시신을 유기했을 만한 가방 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은 A씨가 사건 현장에 미리 시신을 유기한 뒤 이후 불에 태웠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CCTV 기록을 훑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어제 오후에 A씨를 검거한 후 범행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현재 많이 확보됐다”며 “A씨의 동거녀와 훼손 시신의 DNA가 일치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면 A씨를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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