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최초 접종 英할머니 "90세인 나도 맞아, 최고의 선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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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현지시간) 영국이 서방에선 처음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우선 접종 대상은 요양원 거주 노인과 80대 이상 고령층이다.

첫 접종자는 손주 넷을 둔 북아일랜드 출신의 90세 여성이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1분 영국 코번트리 대학병원에서 마거릿 키넌(90)이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백신을 맞았다.

90세인 마거릿 키넌(왼쪽)이 영국에서 8일(현지시간)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의료진이 키넌의 어깨 쪽에 백신을 투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90세인 마거릿 키넌(왼쪽)이 영국에서 8일(현지시간)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의료진이 키넌의 어깨 쪽에 백신을 투여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키넌은 BBC 방송에 "첫 접종자로서 큰 특권을 받은 느낌"이라면서 "이 선물(백신)은 내가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이른 생일 선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다음 주에 91세 생일을 맞는다.

그는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냈는데 내년에는 비로소 가족,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어 "여러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백신을 접종하라는 것"이라면서 "90세인 내가 맞았다는 건 여러분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를 시작으로 영국 전역의 약 70개 병원에서 접종이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맷 핸콕 영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스카이뉴스에 "키넌 여사의 백신 접종을 지켜보며 감상에 젖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많은 이들이 지금까지 힘겨운 나날을 보냈는데 이제 드디어 우리는 코로나를 헤쳐갈 길을 찾았다"면서 "터널의 끝에서 빛이 보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팔에 주사를 맞는 건 정말 간단한 일처럼 보이지만 이 백신은 키넌을 지켜줄 것이고 키넌의 주위 사람들도 같이 지켜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접종자인 키넌(90,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간호사인 메이 파슨스(왼쪽)의 손을 잡고 백신을 맞으러 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첫 접종자인 키넌(90,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간호사인 메이 파슨스(왼쪽)의 손을 잡고 백신을 맞으러 가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영국 뉴캐슬의 하리 슈클라(87)도 백신 접종을 받는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 일은 임무(duty)이자 큰 영광"이라며 "사람들을 안전하게 돌봐주는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80대인 하리 슈클라(오른쪽) 내외도 8일 백신 접종 대상자다. [영국 NHS]

80대인 하리 슈클라(오른쪽) 내외도 8일 백신 접종 대상자다. [영국 NHS]

그는 아내(83)와 함께 뉴캐슬의 로열 빅토리아 병원에서 8일 오전 8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을 접종받는다.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인 슈클라는 영국 엑시터대학을 나와 인종 평등 위원회 이사로 일했다. 인종갈등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2016년에는 정부 훈장을 받기도 했다. 자녀 넷, 손주 9명을 둔 할아버지다.

영국은 지난 2일 화이자 백신의 긴급 사용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40만명을 대상으로 접종에 들어갔다. 첫 접종을 받은 이들은 모두 3주 후에 두 번째 접종을 받아야 한다.

백신 접종은 영국 정부가 지정한 병원에서 시작해 향후에는 스포츠 경기장·도서관·주차장 등에 마련된 임시 접종 시설로 확대될 방침이다.

앞으로 수 개월간 영국 정부는 백신에 대한 보안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백신이 각종 범죄 단체의 표적이 될 수 있어서다.

앞서 유럽연합(EU) 경찰기구인 유로폴은 범죄단체가 백신을 나르는 트럭을 납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터폴 역시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액체 금'과도 같다며 이를 둘러싸고 범죄행위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IBM은 지난 9월 코로나19 백신 배포에 관여하는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백신 보관·유통 정보를 캐내려는 사이버 공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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