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숙인 남성' 한방으로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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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비아그라 등 남성 발기부전치료제와는 달리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성기능 개선제(영양보조식품)들이 최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홍삼.복분자.해조류.누에 등 천연물 성분을 이용해 고개숙인 남성의 성기능을 되살리는 것.

이들은 대개 동의보감 등 한방의 고문헌을 이용해 개발된다. 분당차병원 한방내과 전우현교수는 "복분자.산수유.오미자.오가피.음양곽.구기자.두충 등 차, 호두.부추 등 음식, 동충하초.삼지구엽초.속단 등이 남성 성기능을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삼공사가 최근 출시한 '레드맥스'는 홍삼과 구기자.복분자.오미자.사상자.토사자 등 한방에서 강장(强壯).강정(强精)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5자'가 주성분이다.

인삼공사는 이 식품을 먹은 발기부전 남성(평균연령 55세) 30명 가운데 86%가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40대 이상 일반 남성 50명에게 이 식품을 1개월간 복용시킨 결과 72%가 성기능이 개선됐다고 응답했다는 것. 홍삼에 발기부전 개선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국내 학술지에 여러차례 소개된 바 있다.

바이오벤처회사인 벤트리가 개발해 약국에서 판매 중인 '섹소스 멕시마'는 감태.모자반.곰피.톳 등 9종류의 국내 해조류에서 추출한 VNP545라는 물질이 주된 성분이다. 회사측은 이 성분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망가진 혈관을 복구해 성기능을 개선시킨다고 주장했다.

개발회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발기부전 병력이 있는 남성 31명을 대상으로 6주간 VNP545를 투여한 결과 뚜렷한 개선효과가 확인됐다고 한다.

성기능 개선식품의 원조격인 근화제약의 '누에그라'는 누에가 주성분.

누에나방이 고치를 뚫고 나오기 직전에 농축액을 뽑은 뒤 가시오가피.오미자.복분자 등 한방재료를 첨가해 동결 건조한 뒤 캡슐 형태로 만든 것이다. 이는 누에나방이 남성의 정기를 더해준다는 동의보감.본초강목의 기술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부산 부경대 최진호(식품생명공학부) 교수는 '수컷 생쥐에 누에그라를 투여했을 때 남성호르몬이 33%, 정자수는 4백14% 늘어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성기능치료제들에 대한 의료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교수는 "성기능 개선제는 정식 의약품이 아니므로 약효입증 검사와 임상시험을 받지 않았다"며 "효과는 대부분 플래시보(僞藥)효과일 것"으로 추측했다. 먹어서 크게 좋은 점(효과)도, 나쁜 점(부작용)도 없다는 것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최형기교수는 "한 두달 이상 먹어야 조금 좋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복용 효과의 판단기준이 주관적이어서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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