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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타왕’ 김태훈…골프는 대상, 육아도 100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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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김태훈은 올해 KPGA 코리안투어 대상, 상금왕 등 2관왕에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연합뉴스]

김태훈은 올해 KPGA 코리안투어 대상, 상금왕 등 2관왕에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연합뉴스]

김태훈(35)은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빛난 골퍼다. 가장 많은 총상금(15억원)이 걸린 10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여세를 몰아 대상과 상금왕(4억9593만2449원)을 함께 거머쥐며 프로 입문 후 가장 행복한 연말을 맞았다.

입스로 고생, 이름까지 바꾸기도 #캐디 출신 아버지 도움으로 극복 #전 프로야구 해태 김준환이 백부 #“2살 아들 좋아하면 골프 시킬 것”

김태훈을 JTBC골프매거진 12월호 커버스토리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성공적인 시즌을 곁에서 도운 가족, 아내 김지은 씨와 두 살배기 아들 시윤 군도 함께했다. 김태훈은 2017년 12월, 3살 연하 김지은 씨와 4년 연애 끝에 결혼했고, 지난해 6월 아들 시윤 군을 얻었다. 아내 김 씨는 “신랑은 집에서도 쉬지 않는다. 육아에도 적극 참여한다. 100점을 줄 수 있는 아빠”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태훈은 잘생긴 외모 덕분에 ‘테리우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파워풀한 티샷과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자 인기 비결이다. 올해 코리안투어 2관왕을 달성한 김태훈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 얻은 대상 타이틀이 가장 의미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골프팬들 사이에서 ‘장타왕’ 이미지가 강하다. 2013년 코리안투어에서 시즌 평균 301.067야드로 장타 1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도 평균 드라이브 샷 304.57야드를 기록해 전체 4위에 올랐다.

정작 선수 자신은 드라이브 샷을 장기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동안 드라이브 샷 입스(불안증세) 때문에 극심한 마음 고생을 겪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시작해 프로에 입문한 이후까지도 입스가 이어졌다. 데뷔 시즌이던 2007년 솔모로 오픈에서 11개 홀을 돌며 12개 OB(아웃 오브 바운즈)를 낸 적도 있다. 티샷하는 게 두려워 골프를 그만 두고 싶을 정도였다.

2017년 12월 김지은 씨와 결혼한 그는 지난해 아들 시윤 군을 얻은 뒤 한층 듬직한 아빠 골퍼가 됐다. [사진 JTBC골프매거진]

2017년 12월 김지은 씨와 결혼한 그는 지난해 아들 시윤 군을 얻은 뒤 한층 듬직한 아빠 골퍼가 됐다. [사진 JTBC골프매거진]

김태훈은 “처음엔 입스란 단어도 몰랐다. 티샷을 하면 공이 번번이 우측으로 갔다. 처음엔 연습량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무리 쳐봐도 회복이 안 됐다. (입스를) 고치려고 별 짓을 다 했다”고 털어놓았다. 멘털 트레이닝은 물론, 산에 사는 도인을 찾아가 만나보기도 했다. 어머니의 권유로 2008년 군 생활 도중 이름을 김범식에서 김태훈으로 바꿨다. 평생 함께 한 이름까지 바꿀 정도로 드라이버 입스는 그와 그의 주변을 괴롭혔다.

입스 때문에 2007년 프로 입문 이후 한동안 1부와 2부를 넘나들며 힘겹게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힘들 때마다 김태훈은 아버지 김형돈(59) 씨를 생각하며 버텨냈다. 김태훈이 프로에 입문한 이후 아버지는 줄곧 아들의 캐디백을 메고 있다. 아들의 드라이버 입스를 고치기 위해 아버지도 스윙 매커니즘을 공부했다. 부자가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았다.

2012년, 김태훈은 5년 전 OB 12개를 낸 솔로모 오픈에 다시 도전했다. 뼈아픈 과거와 정면으로 맞닥뜨리며 경험과 자신감을 키웠다. 이듬해 보성CC 오픈에서 우승했고, 시즌 장타왕에 올랐다. 2017년부터는 자신에 맞는 스윙을 스스로 연구해 가다듬는다. 김태훈은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아버지는) 12년 경력에 함께 한 선수를 4번이나 우승시킨 베테랑 캐디”라며 ‘캐디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태훈은 ‘운동 DNA 금수저’다. 큰아버지는 1980년대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 중심타자로 활약한 김준환 씨다. 사촌누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멤버 김상희다. 김태훈은 초등학생 때 아이스하키 선수를 하다 중학교 1학년 때 남들보다 조금 늦게 골프를 시작했지만, 국가대표로도 선발되며 성공을 거뒀다.

그와 아내는 아들도 골프 선수로 키울 생각이다. 아들 시윤 군은 생후 17개월의 어린 나이지만, 어드레스를 잡고 피니시하는 모습까지 제법 ‘프로골퍼 아들’ 티를 낸다. 김태훈은 “원래는 골프를 시킬 생각이 없었는데, 벌써부터 골프 클럽을 들고 노는 걸 보니 안 시킬 수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아내 김 씨는 “시윤이가 TV 골프 중계를 보며 선수들처럼 스윙한 뒤 박수를 유도하는 동작까지 따라하더라”면서 “(골프선수로 키우면) 아빠가 함께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태훈은 프로 데뷔 첫 우승과 시즌 장타왕을 이룬 2013년을 첫 번째 전성기로 꼽았다. 코리안투어 대상과 상금왕을 받은 올해는 두 번째 전성기다. 그는 지난해 12월 KPGA 인터뷰에서 “7글자로 한 시즌을 결산해달라”는 주문을 받고 ‘내년부터 전성기’라 적었다. 김태훈은 “제1의 전성기는 1년만에 ‘반짝’하며 끝났다. 이제 시작할 제2의 전성기는 오래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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