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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 숨차고 답답하면 일단 쉬자

중앙일보

입력

눈 덮인 순백의 겨울산은 유혹적이다. 그래선지 연말연시를 맞아 직원간 단합대회나 극기훈련을 목적으로 단체 겨울 산행길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겨울산은 춥고 날씨 변화가 심해 반드시 출발전 건강체크와 철저한 사전준비를 해야 한다. 겨울철 산행시 점검해야 할 사항을 알아본다.

등산은 그 자체가 힘든 운동이다. 연령.체력.평상시 운동 습관.질병 유무 등에 따라 등산 속도.시간.올라가는 높이 등에 차이가 나게 마련.

따라서 모든 참가자가 정상을 정복한다는 목표를 세우다간 불의의 사고를 당할 위험이 크다.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단체 산행시엔 모두 똑같이 행동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체력별로 조를 짜서 수준에 맞는 사람끼리 가능한 산행 범위를 정해야 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이 등산을 좋아해 아랫사람들에게 무리한 산행을 독려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단체행동은 심신이 가장 허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하라는 것.

추위와 조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산은 1백m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0.6도 내려간다. 특히 겨울 산은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가 더 떨어진다. 초당 1m속도의 바람이 불 때 체감온도는 1도씩 떨어진다.

예컨대 1천m 높이에서 초당 10m 속도의 바람이 분다면 기온은 평지보다 16도나 낮은 셈이다. '출발할 때 날씨가 따뜻했는데 갑자기 추워졌다'고 느끼는 것은 이 때문.

피로로 인한 동사(凍死)와 저체온증은 겨울 산에 상존하는 복병들. 등산로를 이탈해 방황하거나 눈사태에 매몰됐을 땐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젖은 옷은 마른 옷보다 20배나 빨리 체온을 빼앗아가며, 첫 저체온증이 나타나서 허탈증세가 나타날 때까지는 한시간이 채 안 걸린다.

따라서 방수.방습이 잘 되는 등산화와 여벌의 옷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 옷은 두꺼운 한두벌을 입기 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어 날씨 변화에 수시로 대응하는 게 좋다. 겉옷은 고어텍스로 된 재킷,그리고 방한.방수 바지인 오버 트라우저를 꼭 입는다.

먹을 것도 챙겨야 한다. 진교수는 "부피가 작고 칼로리가 많은 초콜릿.파워바.곶감 등을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산행시 배낭의 무게는 많아도 30㎏을 넘지 않도록 하고, 어느 경우든 체력의 30%를 남겨둔다는 생각으로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충전된 휴대전화.랜턴.예비 건전지도 반드시 챙긴다. 또 겨울 해가 짧은 것을 감안해 오후 3~4시 이전에는 하산하도록 일정을 짜야 한다.

겨울 산은 하산할 때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평상시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의 경우 체력이 떨어져 미끌어지거나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겨울 산은 작은 실수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뛰어내리거나 건너뛰는 행동은 금물.

눈사태는 55도 이상의 급경사보다 25~45도의 완경사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이런 곳을 통과할 때는 눈 상태.경사면 등 지형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굳은 눈 위에 새로 눈이 쌓인 곳이 특히 위험 지역이다.

심장병.고혈압.폐질환 등이 있는 환자는 가급적 겨울 산행은 자제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최동철 교수는 "추운 날 무리한 산행이 정신력 향상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신체적 건강에는 득보다 실이 많다"며 "특히 노약자나 심장.폐에 이상이 있는 사람,과다 흡연자 등은 피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천식환자가 차고 건조한 공기를 마시면 호흡기 발작이 쉽게 일어난다. 이런 현상은 평상시 치료가 잘 되고 있는 천식환자에게서도 발생한다.

특히 산 위로 올라갈수록 산소 농도가 낮기 때문에 만성 호흡기질환자.과다 흡연자 등 폐기능이 떨어져 있는 사람은 유의해야 한다. 심장병이 있는 사람이 불가피하게 산행을 할 때는 반드시 혀 밑에 넣는 응급약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지참하고 가야 한다.

문제는 평상시 자신에게 이런 지병이 있는지 모르고 겨울 산행을 하게 된 경우.최교수는 "등산을 하면서 숨차고 답답한 느낌이 들 땐 곧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식을 취해도 증상이 계속될 땐 하산을 고려해야 하며, 병원 검진도 받는 게 좋다. 의학적으로는 남자 40세 이상, 여자 50세 이상이 되면 평상시 건강해 보이더라도 겨울의 본격적인 등산 같은 힘든 운동을 할 땐 사전에 단순한 심전도 검사가 아닌 운동부하 검사를 해보는 게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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