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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의 ‘시즌 대상’ 최혜진, 최종전서 기어코 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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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혜진이 SK텔레콤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사진 KLPGA]

최혜진이 SK텔레콤 ADT캡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다. [사진 KLPGA]

‘무관의 제왕’이 될 뻔했다가 최종전에서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굵은 눈물을 담아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렸다.

SK텔레콤 ADT캡스 챔피언십 #톱10 13차례 끝에…기쁨의 눈물

3년 연속으로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타이틀을 확정한 최혜진(21)이 시즌 최종전 SK텔레콤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최혜진은 15일 강원 춘천시 라비에벨 골프클럽 올드코스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3개, 보기 2개로 3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로 우승했다. 통산 10승. 막판까지 맹추격한 유해란(19·11언더파)을 1타 차로 제쳤다. 앞서 치른 올 시즌 15개 대회에서 톱10에만 13차례 든 최혜진은 8일 시즌 대상을 확정했다. 그리고 최종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우승 상금 2억원을 받았다.

선두에 1타 차 2위로 최종 라운드를 맞은 최혜진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파5 5번 홀 페어웨이에서 최혜진은 홀과 70m를 남겨놓고 세 번째 샷을 시도했다. 이 샷이 그린에 튕기지 않고 곧장 홀로 빨려 들어갔다. 농구의 덩크슛처럼 한 번에 홀에 내리꽂는 이른바 ‘슬램덩크 이글’이었다. 단독 선두로 나선 최혜진은 이후 한 번도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추격자도 매서웠다. 올 시즌 신인왕을 일찌감치 확정한 유해란이 15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꾸준하게 타수를 줄였다. 그러더니 최혜진을 1타 차로 압박했다. 하지만 유해란은 1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린 데 이어, 4.5m 파 퍼트를 놓치면서 순위를 뒤집지 못했다.

아마추어였던 2017년 2승을 시작으로, 프로에 데뷔한 2018년 2승, 지난해 5승을 거둔 최혜진은, 올해 프로 입문 이후 가장 꾸준하게 성적을 냈다. 다만 우승 운이 따르지 않았다. 8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마치고 3년 연속 KLPGA 투어 시즌 대상을 확정했지만, ‘무관의 제왕’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달갑지 않았다.

최혜진이 최종전에서 힘겹게 우승을 확정하자, 김효주(25) 등 동료들은 눈꽃 스프레이를 뿌리며 축하했다. 그때만 해도 환하게 웃던 최혜진은 인터뷰 도중 최근 겪은 마음고생 탓에 눈물을 쏟았다. 그는 “작년에 5승 하는 등 워낙 잘했는데, 올해 우승이 빨리 안 나왔다. 잘 안 된다는 얘기를 듣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우승 한을 푼 그는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해 기쁘다. 며칠 편하게 반려견과 놀면서 쉬고 싶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훈련이 쉽지 않겠지만, 기술적으로 더 보강해 내년에는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 대회 공동 3위(10언더파) 김효주는 올 시즌 2승 등 톱 5에만 8차례 들었다. 총상금 7억9713만7207원으로 6년 만에 상금왕에 올랐다. 안나린(24), 박현경(20)과 다승왕(2승)도 차지했고, 평균 최저타수상(69.5652타)까지 받는 등 시즌 3관왕이 됐다.

춘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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