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재 기자 보석심문 한 달 되는데…재판부 ‘깜깜무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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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연합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연합뉴스]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보석 심문이 열린 지 한 달이 돼가지만 재판부가 아직 결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13일 이 전 기자 측 주진우 변호사는 “재판부의 선처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박진환 부장판사)이 이 전 기자에 대한 보석 심문을 처음 진행한 건 지난달 19일이다. 주 변호사는 “강요죄는 집행유예나 단기형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사안의 경중을 봐도 이 전 기자를 하루빨리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세 번의 재판이 더 열렸지만 박 부장판사는 보석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다음 기일은 오는 19일로 보석 심문이 처음 열린 지 꼭 한 달이 되는 날이다.

형사소송규칙 제55조는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보석 또는 구속취소의 청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그에 관한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로 보석 시기가 결정되는 건 천차만별이다. 중앙지법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한 7일이 경과한 후에도 얼마든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결정의 시기는 온전히 재판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 전 기자의 사례처럼 법원 임의대로 보석 결정이 지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법원의 보석 결정기한을 14일로 명시하는 ‘보석 결정기한 확정법’을 제출했으나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 전 기자의 재판에 나와야 할 증인들이 불출석하면서 재판부의 결정도 늦춰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달 30일 6차 공판에는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이었던 증인이 불출석했고, 4일 열린 7차 공판에서는 채널A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이 전 기자가 검사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여권 인사에게 불리한 정보를 얻으려고 했다는 의혹을 MBC에 제보한 이른바 ‘제보자 X’ 지모씨는 네 번이나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지씨가 핵심 증인이라며 구인영장까지 발부했지만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씨는 “한동훈 검사장의 검찰 조사나 증인신문이 이뤄지지 않는 데 내가 증인으로 재판에 나가는 건 스스로 진실 왜곡에 나서는 꼴”이라며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를 석방할 경우 채널A 관계자들과 말을 맞출 가능성을 우려해 증인신문 이후 보석 결정을 내리려 했지만 재판 진행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편에선 주요 증인이 계속 출석하지 않는데도 이 전 기자의 구속을 유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전 기자에게 적용된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어디까지나 검찰에게 있다”며 “핵심 증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 증거가 없는 셈인데 구속을 유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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