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과 싸우며 7년반만에 우등 졸업…이화여대 교육학과 주은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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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받은 사랑을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30일 이화여대 교육학과를 졸업하는 주은경(朱恩卿.27)씨에게 졸업장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작고한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난치병과 싸우며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朱씨는 중학교 3학년이던 1990년 7월 만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골수이식 수술을 서둘러 받아 학업을 계속할 수는 있었지만 병마는 朱씨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가 고교 3학년이던 94년 어려운 병 간호를 마다않던 어머니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충격 탓인지 병이 재발했다.

朱씨는 "고통스런 항암 치료 때문에 너무 힘들어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 때가 많았다. 그러나 그 때마다 '선생님이 되겠다'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이를 악물고 참았다"고 했다.

환자복을 입고 수능을 치른 朱씨는 95년 이대에 특차로 입학했다. 97년 병이 재발해 또 다시 골수이식을 받아야 했지만 결국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이겨냈다.

잦은 휴학과 복학으로 7년반 만에 대학을 졸업하는 朱씨는 평점 3.84(4.3만점)으로 하계학위 수여식의 우등 졸업생 22명 명단에 포함됐다. 최근엔 백혈병이 완치됐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오는 11월에 있을 초등학교 교사 임용 고시를 준비 중인 朱씨는 "졸업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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