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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은 한국에 기회, 변화 포착해 이용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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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앤서니 김

앤서니 김

2020년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화요일이 지났다. 한 세대에 걸쳐 중대할 수 있는 미 대선의 결과는 곧 나올 것이다. 또 한 명의 재선 대통령이 이름을 올릴 수도 있고, 진화하는 미국 정치사의 새로운 장이 열릴 수도 있다.

앤서니 김 기고 #김정은, 새 대통령 시험하려 할 것 #누가 되든 한·미동맹은 계속돼야 #대중 압박엔 공화·민주당이 한배 #한국 정부 내년 외교에 고려를

올해는 전례 없는 선거의 계절이었다. 중국으로부터 비롯된 세계적인 전염병, 광범위한 시민 불안, 증가하는 양극화가 계속 영향을 미쳤다. 투표장을 향한 미국인들은 생각이 복잡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는 빌 클린턴이 조지 H W 부시를 이긴 1992년 대선 때의 전략가 제임스 카빌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요약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분명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은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지만 선거의 밤에 내려진 평결은 성격보다는 정책, 스타일보다는 실속에 점수를 준 것으로 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이 정치적으로 분열되고, 불쾌하고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틀린 한 해를 보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산층, 블루칼라를 겨냥한 경제 어젠다가 결실을 보았다는 얘기다.

미국인들은 신중한 낙관론으로 더 나은 내일의 미국 정신이 재점화하는 것을 기대했을 것이고, 독특한 기업가적 본능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한 아웃사이더이자 교란자, 실행자를 다시 뽑았을 것이다. 침묵하는 다수, 미국 내 정치로부터 소외된 ‘조용하고/샤이하고/잊혀진’ 미국인들에게 어필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한국이 놓인 지정학적 플랫폼은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재편될 것이다. 서울은 그 독특한 모멘텀을 포착하고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열려도 달라지지 않는 것은 한미 동맹은 제도화된 양자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한·미 관계는 정치적·당파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은 북한과 중국에 관한 외교 정책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장기화하는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모든 새로운 미국 대통령과 한국의 대통령들을 시험했던 것처럼 새로운 대통령을 시험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을지도 모른다.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 것은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더라도 북한에는 최대의 압박, 비핵화 대가에 따른 완화 외에는 더 건설적이고 신중한 전략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여기에 지난 4년간 미국과 심각한 외교정책 이슈를 만들고 있는 중국을 추가해야 한다. 중국의 WTO 가입 20주년, 공산당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1년에 한국 정부는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중국에 대해서는 함께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 정부와 의회도 이 문제에선 불협화음을 내지 않는 편이다.

바이든 대통령 체제에서도 워싱턴-베이징 관계는 트럼프 이전의 ‘좋았던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현명하다. 무역에 관한 중국의 입장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심각하고, 진정으로 초당적인 관심사다.

미국과 한국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우방 중에서도 독특한 관계다. 오늘날 주요 동맹국 중 상당수는 일본과 독일처럼 한때 우리가 싸웠던 나라들이기도 하다. 적이 친구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미국인과 한국인은 결코 적이었던 적이 없다.

두 나라의 관계는 냉전 시대부터 상호 존중과 공동의 가치 위에서 함께 싸우면서 발전시켜 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계속될 것이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

앤서니 김 헤리티지재단 리서치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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