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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0만원 보석도 쉽게 팔렸다, 2030들 은밀한 '호텔방 쇼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서울스카이 123라운지에서 진행된 '영앤리치 D-Show' 행사. 명품 쥬얼리 부스가 마련된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아이패드를 통해 디지털쇼핑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23일 서울스카이 123라운지에서 진행된 '영앤리치 D-Show' 행사. 명품 쥬얼리 부스가 마련된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아이패드를 통해 디지털쇼핑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99층 호텔 방에 들어서니 통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한강이 반갑게 맞이한다. 짐을 풀어두고 소파에 앉아 체크인할 때 받은 아이패드프로(12.9인치)를 여니 온라인 패션쇼가 펼쳐진다. 브랜드별로 입장하는 가상 쇼룸은 직접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눈에 띄는 신상품을 클릭하니 모델의 착용 샷 영상이 담긴 작은 팝업창이 뜬다. 연결된 롯데온 구매 페이지에서 나도 모르게 결제하고 있다.

디지털 쇼핑 삼매경에 빠진 나를 깨운 건 ‘딩동’ 소리. 드디어 기다리던 ‘아이들’이 왔다. 행사 전에 미리 받은 온라인 패션쇼를 보고 예약해둔 옷 10벌이 방으로 배달돼 온 것이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여유있게 한 벌씩 걸쳐보고 3벌을 사기로 했다. 이후 식당으로 이동해 저녁 식사로 프랑스 코스 요리를 즐겼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서울스카이 123 라운지. 칵테일을 마시며 서울의 휘황찬란한 야경을 감상하다 보니 진열된 다이아몬드가 나를 향해 손짓한다. 아, 거부할 수 없는 손짓이다.

명품 매출 폭발적…영역 넓히는 영앤리치

롯데백화점이 23~24일 서울 잠실의 시그니엘서울 호텔과 에비뉴엘 롯데타워점에서 2030 VVIP 고객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영앤리치(Young and Rich) D-Show’ 행사를 참여자의 시각에서 재구성하면 이렇다. 해외 명품 구매에 연간 6억원(영앤리치 평균 구매액)을 쓰는 2030 세대, ‘영앤리치’, 이들을 붙잡기 위한 명품 업계의 세심한 노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최근 2030 세대의 명품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의 명품 매출 성장률(전년 대비)은 2018년 24%, 2019년 44%에 달했고, 올해(1~9월) 역시 전년 동기보다 31% 늘었다. 명품 구매 전체 고객 수의 44%(2018년)를 차지했던 2030 세대는 지난해 46%, 올해는 47.9%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부터 연 2회 진행하는 ‘영앤리치’ 행사는 올해 확 바뀌었다. 지난해엔 한 자리에서 패션쇼와 공연, 디너를 즐기는 방식이었다면 올해는 철저한 ‘프라이빗’ 쇼핑이다. 초청 인원도 기존 100명에서 절반으로 줄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월 행사를 취소한 뒤 야심 차게 기획한 ‘영앤리치 D-Show’다. ‘D-Show’엔 ‘차별화(Differentiation)ㆍ디지털(Digital)ㆍ행복(Delight)’ 의미를 담았다.

디지털 쇼핑부터 룸별 일대일 세션까지 

에비뉴엘 롯데타워점 VIP 고객 전용 퍼스널 쇼핑룸(PSR). 사진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롯데타워점 VIP 고객 전용 퍼스널 쇼핑룸(PSR). 사진 롯데백화점

올해는 호텔 숙박이 포함됐다는 점도 큰 차이다. 1박(주말 기준) 75만원 하는 프리미어(리버뷰) 룸이 제공됐다. 저녁은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을 비롯해 중식 전문점, 스테이크 전문점 3곳 중 한곳을 선택해 100유로(약 13만원) 상당의 코스 요리 등을 즐길 수 있다. 저녁 식사부터 다음날 조식까지 풀 코스로 극진한 서비스를 받는다.

아이패드에서 볼 수 있는 온라인 패션쇼와 가상 쇼룸은 이날 행사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다. 일반 고객에게는 공개되지 않는 ‘히든 링크’를 통해 모델 착용 샷 감상과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룸별 일대일 세션도 마련했다. 사전 예약한 옷(약 10~15벌)들을 방에서 받아 직접 입어보고 결제하는 형식이다. 호텔 방 안에서 나만의 은밀한 쇼핑이 가능하다.

작지만 화려한 이벤트도 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스카이 123층 라운지를 영앤리치 행사를 위해 통째로 대여했다. 칵테일을 마시며 야경을 감상하는 공간이다. 명품 쥬얼리 브랜드 부스를 설치해 액세서리를 착용해보고 현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이곳에 비치된 아이패드를 통해 호텔 방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디지털 쇼핑도 할 수 있다.

평균 연령 34세…가볍게 팔린 65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23일 서울스카이 123라운지에서 진행된 '영앤리치 D-Show' 행사. 명품 쥬얼리 부스가 마련된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아이패드를 통해 디지털쇼핑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23일 서울스카이 123라운지에서 진행된 '영앤리치 D-Show' 행사. 명품 쥬얼리 부스가 마련된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아이패드를 통해 디지털쇼핑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23일 서울스카이 123라운지에서 진행된 '영앤리치 D-Show' 행사. 명품 쥬얼리 부스가 마련된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아이패드를 통해 디지털쇼핑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 롯데백화점

50명만을 위한 행사지만, 파급력은 크다. 행사 전부터 매출 8억원을 올렸다. 행사 참석자들이 이날의 드레스코드(Gorgeous black&gold·아름다운 검정과 금빛)에 맞추려고 옷과 액세서리를 미리 구매했기 때문이다. 123라운지에선 단일 제품 최고액 매출 기록이 나왔다. 30대 초반 여성이 현장에서 6500만원 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샀다. 이날 초청받은 고객의 평균 연령 34세로 남녀 비율은 5대 5였다. 대부분 사업가다. 거주지는 주로 수도권이었지만 쇼핑액수가 가장 높은 톱5 중 3명이 대구에 거주하고 있었다.

파급 효과는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으로 이어졌다. 행사 둘째 날인 24일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명품 쇼핑을 즐겼다.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의 해외 명품 매출은 전년 같은 요일보다 80% 넘게 늘었다. 롯데백화점 김혜라 해외패션부문장은 “올해는 코로나 이슈로 연초에 준비했던 패션쇼 대신 비대면 디지털 요소를 가미해 특별한 초대회를 준비했는데 고객 반응이 좋았다”며 “앞으로도 이색 초대회나 고품격의 VIP 행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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