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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에너지로 레트로 이미지 뒤집고 싶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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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호 19면

전시장 꾸민 코오롱스포츠 매장 

올해로 47주년을 맞은 코오롱스포츠가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전통과 관록을 토대로 젊고 힙한 감성을 브랜드에 더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바로 ‘아트’. 지난달 말 서울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코오롱스포츠 한남’을 오픈하면서 1층 전체를 전시장으로 꾸미고, 전시장을 지나야 지하 1층 매장으로 갈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

김범상 글린트 대표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 기획 #1층 전체를 3팀 작품으로 채워 #전시장 거쳐야 매장가는 동선 #“신선하고 힙한 느낌 불어넣을 것”

이미 에르메스나 루이비통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가 매장에 전시장 컨셉트를 도입한 바 있지만, 한 층 전체를 온전히 전시장으로 꾸민 경우는 드문 일이다.

미디어 아트랩 팀 노드의 설치 작품 ‘나이트 스케이프’ 앞에 선 김범상 대표. 푸르스름한 네온 빛과 파도치듯 움직이는 거울 패널이 바람 부는 도시의 밤거리를 걸어가는 느낌을 준다. 김경빈 기자

미디어 아트랩 팀 노드의 설치 작품 ‘나이트 스케이프’ 앞에 선 김범상 대표. 푸르스름한 네온 빛과 파도치듯 움직이는 거울 패널이 바람 부는 도시의 밤거리를 걸어가는 느낌을 준다. 김경빈 기자

이 공간의 전체 컨셉트부터 아티스트 선정 및 작품 디스플레이까지 총괄한 사람은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전시 기획사 글린트의 김범상(47) 대표다. 2013년 ‘ECM, 침묵 다음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라이프, 라이프’(2018), 최근 막을 내린 ‘명상’(2020)에 이르기까지 손대는 전시마다 “전시의 문법을 깨뜨렸다”는 호평을 받으며 SNS의 성지로 만들어온 그다.

브랜드와 협업해서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었나.
“이번이 처음이다. 제안은 많이 받았지만, 다 고사해왔다.”
그런데 어떻게 같이 일하게 됐나.
“끈질긴 커뮤니케이션 덕분? 하하. 그것보다 코오롱스포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스포츠 브랜드이고 그래서 레트로 이미지가 강하다. 이 레트로 느낌을 뒤집어보고 싶었다. 젊은 사람들이 코오롱스포츠에서 신선하고 힙한 느낌을 얻게 하고 싶었다. 오래된 브랜드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전시 주제는 무엇으로 잡았나.
“도시 안에서의 야외 활동을 뜻하는 ‘어반 아웃도어’다. 이 주제를 세 팀의 작가들에게 주고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더 유명한 아티스트나 디자이너에게 맡길 수도 있었으나, 그간 눈여겨 보아온 젊고 의욕적인 작가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1층 전시장에 마련된 ‘입자필드’의 미디어 영상(왼쪽·가운데)과 송예환 그래픽 디자이너의 ‘손가락과락과경’(오른쪽). [사진 코오롱스포츠]

1층 전시장에 마련된 ‘입자필드’의 미디어 영상(왼쪽·가운데)과 송예환 그래픽 디자이너의 ‘손가락과락과경’(오른쪽). [사진 코오롱스포츠]

1층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영상 디자인 스튜디오 ‘입자필드’가 만든 미디어 아트가 관람객의 눈길을 붙든다. 가로 5m짜리 거대한 화면에 고가도로·사막·폭포·은하수·빙하 등을 배경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등장한다.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송예환 그래픽 디자이너가 만든 ‘손가락과락과경’이 보인다. 모니터에 손을 대면 손가락이 가상의 자연공간 속에 들어가 있는듯 보이는 인터랙티브 아트다. 이어 거대한 동굴 같기도, 나무들이 양 갈래로 만든 터널 같기도 한 키네틱 아트 ‘나이트스케이프(NIGHTSCAPE)’가 펼쳐진다. A4 크기만한 움직이는 거울 패널 367개와 60m 길이의 LED 조명으로 구성된, 미디어 아트랩 ‘팀 노드’의 작품이다. 빛과 소리와 음악과 움직임이 곁들여져, 바람이 선선히 불고 있는 도시의 야경을 주유하는 느낌이다.

지하 1층 매장. 도시적 느낌을 강조했다. [사진 코오롱스포츠]

지하 1층 매장. 도시적 느낌을 강조했다. [사진 코오롱스포츠]

작가들에게 뭐라고 주문했나.
“원래 엄청 참견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번엔 좀 느슨하게 했다.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대중화된 공간에서 젊은 작가들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
동선이 독특하다.
“공간에 대한 목적이 분명했다. 인근에 브랜드 매장과 맛집은 물론 삼성미술관 리움, 페이스 갤러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등 문화공간이 많은 곳이다. 그런 성향을 가진 젊은 소비자들이 찾는다는 의미다. 이런 환경에 어울리는 체험 공간으로 가자고 했다. 우선 호기심을 끌고, 전시를 보고, 그리고 나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공간 전체의 컨셉트라면.
“여러가지 기획이 가능하도록, 거칠고 단순하고 중립적으로 했다. 기존 매장과 달라 보이게 하기 위해 상록수 로고와 폰트도 새로 만들었다.”
지하 매장 디스플레이도 했나.
“그건 아니다. 하지만 조언은 했다. 화려한 레저복 색상이 아닌 무채색 계열로 배치하자고. 아무래도 ‘어반 아웃도어’니까. ‘좀 달라 보인다’는 평가가 많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 화제가 되고, 매출도 늘고, 그래야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서 할 수 있으니까.”
1년 간 네 차례 전시를 한다고 들었다. 다음 기획은 뭔가.
“11월 둘째 주부터 겨울 시즌을 위한 전시를 시작한다. 이번에도 세 팀이 또 다른 느낌으로 준비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극지연구소 남극과학기지에 의류 및 용품을 공급한 것을 계기로 극한을 이기는 ‘안타티카’ 다운을 선보이고 있는데, 여기서 모티브를 얻었다.”
전시 기획자로서 소감은.
“나는 공간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한구석이라도 소홀히 하면 곧 드러난다.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친절해야 한다.”

정형모 전문기자/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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