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야당 연루 의혹’ 덮기 위해 직보? “모르고 하는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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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기관증인으로 참석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라임펀드 수사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법무부 기관증인으로 참석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라임펀드 수사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라임 사건에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이 개입됐다는 의혹과 관련 여권에서 주장하는 소위 '심재철 패싱'은 검찰 보고체계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라임 수사 과정에서의 보고를 문제 삼았다.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 연루 의혹에 대해 심재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제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직보한 건 잘못된 게 아니냐며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등에게 집중 질의했다. 여당 의원들은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이 야권 정치인 연루 의혹을 대검 반부패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건 숨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캐묻기도 했다.

의혹 덮기 위해 직보 받았나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권 정치인 연루 의혹을) 대면보고 외에 정식보고 체계에서 다루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대검 반부패부장이 야당 정치인 관련 내용을 전혀 보고받은 바 없고 모르고 있는 건 문제"라고 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야권 인사 연루 의혹을 윤 총장에게 직보한다는 것은 (의혹을) 덮은 것 아니냐. 졸렬하고 비열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갑근 국민의힘 충북도당위원장의 실명을 공개하고 라임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야권 정치인이라 지목했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어떤 중요한 사건을 대검 반부패부장을 패싱하고 총장에게만 직보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없는 일이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물었다. 이에 이 지검장은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옵티머스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의 주요 수사 경과에 대해 윤 총장에게 보고를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 지검장이 송 전 지검장의 보고를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검찰 안팎의 시각은 곱지 않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일선 지검장, 총장 직보는 비일비재 

전·현직 지검장들에 따르면 일선 지검장들이 총장에게 직보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할 뿐 아니라 특히 수사 보안을 필요로 하는 경우는 직보가 관례라고 한다. 일선 지검장 이외에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도 수사 보안을 필요로 하는 보고는 지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에게 직보한다. 한 검찰 간부는 "총장 보고는 필수지만,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반드시 보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대검 반부패부장은 총장의 참모지 의사 결정권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현직 지검장은 "민감한 사건의 경우 수사책임자인 일선 지검장이 대검 관련 부서 부장에 따로 보고하지 않고 총장에게 직보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일선에서 지검장을 해본 경험이 있으면 전혀 이상하다고 느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 [연합뉴스]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 [연합뉴스]

직보 받은 뒤 "엄정수사" 지시 

중요한 것은 윤 총장이 지난 5월 야권 인사 연루 의혹을 송 지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즉시 엄정수사를 지시했다는 점이다. 지시를 받은 남부지검은 통신 영장과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에 나섰다. 영장 집행 등 민감한 수사가 진행된 이후에는 대검 반부패부에 보고도 이뤄졌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남부지검 수사팀 간부들이 지난 8월 인사로 교체되면서 수사가 지체됐다. 지난 8월 검찰 간부 인사 당시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라임 수사팀의 이정환 당시 남부지검 2차장검사와 조상원 형사6부장의 유임을 요청했으나 의견이 무시되고 전출 인사가 단행됐다. 이후 윤 총장은 측근들에게 해당 인사에 대한 아쉬움을 여러 차례 토로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유진·나운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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