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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노동부 “1년 24일 재택근무, 어기는 기업엔 3만유로 벌금"

중앙일보

입력

인도 출신 사업가가 지난 5월 독일 함부르크의 한 호텔에서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사업가는 거의 두 달 동안 재택근무 형태로 일했다.dpa, AP=연합뉴스

인도 출신 사업가가 지난 5월 독일 함부르크의 한 호텔에서 노트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사업가는 거의 두 달 동안 재택근무 형태로 일했다.dpa, AP=연합뉴스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가 1년에 최소 24일은 재택근무를 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자이퉁(FAZ)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후베르투스 하일(Hubertus Heil) 독일 연방 노동사회부 장관은 최근 '모바일 노동법(Mobile Arbeit Gesetz)' 초안을 제시했다.

재택근무 요청하면 무조건 허락해야…위반시 3만 유로 벌금

하일 장관은 "연 24일의 재택근무일은 하한 기준"이라며 "재택 근로자의 업무와 개인 생활 간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근무시간 기록 방식을 도입하고, 고용주는 근로자가 재택근무를 요청했을 때 기업 조직과 운영 측면에서 재택근무가 불가능할 경우에만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만 유로(약 4031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 또 재택근무 중에도 산업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고, 위험요소가 있을 때는 고용주가 그 위험을 제거할 의무를 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확산함에 따라 이참에 집에서 일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려는 시도다. 독일 노동사회부가 조사한 결과 7~8월 두 달 동안에만 전체 근로자의 36%(1460만명)가 재택근무를 했다. 이들 중 87%가 재택근무에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근로자의 집에서 일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

하일 장관은 올해 3월 이미 "재택근무와 관련된 법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었다. 당시 하일 장관은 "가능한 모든 근로자가 재택근무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법안이 공개되자 각 정당의 반응은 엇갈렸다.

"직업 간 불평등 초래"vs"스트레스 감소"…정당 별 찬반 엇갈려

기민·기사연합의 페터 바이스(Peter Weiß) 노동시장정책 대변인은 "노동사회부의 법안은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업군과 그렇지 않은 직업군 간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일부 근로자들만의 권리로 귀착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녹색당의 베아테 뮐러-겜메케(Beate Müller-Gemmeke) 대변인은 "하일 장관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다만 24일을 최소 기준으로 한 것은 충분하지 않으니 확대가 필요하다. 재택 근로자 보호를 위한 명확한 규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캇자 마스트(Katja Mast) 사민당 원내대표는 "노동사회부의 법안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증가시키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등 삶의 질을 한결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직원이 S 클래스 연료 캡 커버를 점검하고 있다 dpa, AP=연합뉴스

메르세데스-벤츠의 직원이 S 클래스 연료 캡 커버를 점검하고 있다 dpa, AP=연합뉴스

하지만 독일 노동사회부의 진격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정부도, 경영계도, 노동계도 반대

페터 알트마이어(Peter Altmaier) 연방 경제에너지부 장관은 "재택근무에 대한 법적 권리를 설정하는 것은 규제"라며 반대했다.

노동계도 이 법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요르그 호프만(Jörg Hofmann) 독일 금속노조(IG Metall) 위원장은 "회사가 사무실 작업장을 절약하고 값비싼 공간을 포기하려 노력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로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임대료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독일노총(DGB)은 "노사 간 합의로 훨씬 광범위하고 회사 사정에 맞는 재택근무 원칙을 만들 수 있다"며 "재택근무는 (법에 의해서가 아니라)자발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페어 미셸 딕(Peer-Michael Dick) 바덴 뷔르템베르크주 고용주협회 회장은 "(노동부의 법안을)분명히 거부한다"며 "직원의 일방적인 재택근무 권리를 규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론적으로 재택근무가 가능해 보이는 업종이나 직장이라고 하더라도 작업조직, 기술적 요구사항 또는 기밀 보장 등의 이유 때문에 불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인사관리협회(DGFP)는 "유연한 작업환경은 지지한다"면서도 "재택근무가 모든 직업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세일즈맨이나 소방관은 집에서 근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처벌규정과 관련 "설령 집에서 일할 권리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처벌을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며 "회사에서의 사무와 재택근무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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