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암세포는 '생노병사' 안거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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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최대 사망원인은 암이다.우리나라 사람 네명 중 한명은 궁극적으로 암 때문에 생명을 잃는다.

인간을 복제해낸다는 첨단의학 시대에도 왜 암은 여전히 난공불락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암세포가 지닌 불사(不死)의 특성 때문이다.

1951년 미국 볼티모어에 사는 헨리에타 랙스라는 여성이 질(膣)출혈과 체중 감소로 의사를 찾았다.

의사는 조직검사를 위해 그녀의 질에서 세포 일부를 떼어냈다. 결과는 말기 자궁 경부암이었다.

랙스는 진단 후 8개월 만에 숨졌다. 그러나 그녀의 몸에서 떼어낸 암세포는 인근 존스홉킨스 병원 연구진에게 전달됐고 이들은 그녀의 암세포를 이용해 시험관에서 암세포를 영구적으로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전세계 암 연구실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암세포인 헬라 세포(HeLa cell)는 이렇게 탄생했다.

세포의 주인은 51년 전 사망했지만 그녀가 남긴 암세포는 분열을 거듭해가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불사의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암의 근본적인 치료는 암이 지닌 불사의 특성을 없앨 수 있을 때라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즉 세포의 생로병사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달해야 하는데 이는 아직도 요원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방과 조기발견이란 두 가지 무기만 적절히 활용해도 암 사망률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이란 측면에선 최근 미국암학회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운동이다.

운동으로 폐암.전립선암.유방암.대장암.난소암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5회 이상, 성인의 경우 하루 30분 이상, 청소년과 어린이는 하루 1시간 이상 운동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조기발견이란 측면에선 최근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암 검진지침을 눈여겨 봐야 한다. 이 지침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위암의 경우 2년에 한번은 내시경 또는 위장 조영술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불사의 암세포라지만 예방이 가능하며 설령 발생해도 일찍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함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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