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굴뚝에 매연 센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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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굴뚝에서 뿜어대는 매연도 자동차 매연 못지않게 우리의 하늘을 잿빛으로 더럽힌다. 전체 대기오염의 27%가 공장 굴뚝에서 배출되고 있다.이 굴뚝 매연 속엔 수백가지의 발암물질이 섞여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이 발암물질들은 폐암을 비롯,치명적인 각종 호흡기질환의 직접 원인인데도 대부분은 규제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단속할 근거조차 없으니 시커먼 발암물질이 마구 뿜어져 나와도 속수무책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우선 모든 대형공장의 굴뚝에 '감시의 눈'을 달아 대기 속 발암물질을 확 줄이자고 제시한다.

환경관리공단 전용호 측정관리처장은 "공장 매연은 한번 날아가 버리면 끝이기 때문에 오염물질을 배출했는지 여부를 단속하기 어렵다"며 굴뚝에 발암물질 등 유해화학물질을 재는 자동센서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출 상황이 파악된다면 기준치를 초과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주에게 실시간 경고가 가능하다. 센서의 측정치를 모아두었다가 개선명령.과태료 부과.조업정지 등 제재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도입하면 오염물질 배출량을 공장별로 할당해 지키게 하는 대기오염 총량제의 실시도 가능하다.

1980년대부터 미국 각 주에서는 산성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방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단위 산업단지가 위치한 경북.전남 등지는 전체 오염물질 3분의 2가 공장에서 배출된다.울산.여천 공단 지역에서는 벤젠 등 발암물질 농도가 다른 지역의 10배 규모다. 당장 이들 지역부터 굴뚝 센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굴뚝 센서와 함께 서둘러야할 대책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각종 발암물질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작업이다. 현재 정부가 특정대기유해물질로 지정해 집중 규제하는 오염물질은 25종에 불과하다. 미국(1백88종).독일(1백74종).일본(2백34종) 등에 비해 매우 느슨한 셈이다.

건국대 선우영 교수는 "5개년 계획으로 배출량.독성부터 조사해 규제 대상 물질을 늘리고 규제치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굴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오염물질을 아예 만들지 않는 무배출시스템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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