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만 청양군 ‘농민 돕기’···대도시에 먹거리 직매장 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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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 현재 충남 청양군의 인구는 3만797명이다. 충남지역 15개 시·군 가운데 가장 적고 천안시 인구(65만8670명)와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이렇다 할 대기업이나 공단도 없어 지역에서 생산한 농·축산물을 소비하는 것도 제한적이다.

지난달 18일 대전 유성에 개장한 청양 먹거리 직매장에서 김돈곤 청양군수(가운데)가 매장을 찾은 손님에게 물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청양군]

지난달 18일 대전 유성에 개장한 청양 먹거리 직매장에서 김돈곤 청양군수(가운데)가 매장을 찾은 손님에게 물건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청양군]

 결국 대안으로 찾은 게 대도시 공략이다. 대도시에 직거래 매장을 차려 판로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청양군은 지난달 18일 대전에 ‘청양 먹거리 직매장’을 열었다. 충남지역 15개 시·군 가운데 대도시에 직거래 매장을 차린 것은 청양군이 처음이다.

지난달 18일 대전 유성구에 직매장 개장 #200여 개 농가 이름 걸고 농·축산물 판매 #하루 평균 1000만원 매출, "신뢰가 우선"

 7일 오후 2시30분 대전시 유성구 학하동에 마련된 청양 먹거리 직매장에서는 10여 명의 손님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매장에는 이날 새벽 청양에서 공수한 채소와 축산물을 비롯해 200여 개의 농가에서 만든 제품이 진열됐다.

 매장을 찾은 손님들의 눈길을 끈 건 포장지마다 붙은 생산자 이름이었다. 손바닥 반만 한 작은 비닐봉지에도 어김없이 농민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1000원짜리 물건이라도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방법이다. 매장 한쪽 벽에는 농·축산물을 납품하는 농민들의 사진도 걸렸다.

 매장에서 만난 60대 주부는 “남편과 둘이 사는 데 작은 포장까지 진열돼 물건 고르기가 수월했다”며 “청양군에서 직접 만든 매장이라 믿을 수 있고 농민도 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대전시 유성구에 문을 연 '청양 먹거리 직매장' 한쪽 벽에 물건을 남품하는 청양지역 농민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18일 대전시 유성구에 문을 연 '청양 먹거리 직매장' 한쪽 벽에 물건을 남품하는 청양지역 농민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신진호 기자

 청양 먹거리 직매장은 지난달 18일 정식 개장에 앞서 8월 26일 임시로 문을 열었다. “고춧가루 등 가공품을 먼저 판매해달라”는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요청 때문이었다. 매장 측은 농가들과 협의해 ‘청양 건고추 특별 할인판매 행사’를 마련하고 갓 출하한 고춧가루와 식재료 등을 판매했다.

 임시 개장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33일간 직매장에서는 3억45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하루 평균 1000여만 원 정도다.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36억5000만원 정도가 된다. 청양지역에서 학교 급식을 통해 연간 20억~22억원가량의 농·축산물을 납품하는 것과 비교하면 80%가 많은 규모다.

 개장식에 참석한 김돈곤 청양군수는 “(유성)직매장은 청양지역 농민과 대전의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신뢰의 공간”이라며 “소비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제품만을 판매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직매장에는 청양지역 200여 개 농가에서 농·축산물을 납품한다. 임시 개장 이후 한 달 평균 가구당 155만원의 소득의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직매장을 운영하는 청양지역활성화재단은 매장을 2~3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18일 대전 유성구에 문을 연 '청양 먹거리 직매장' 진열대에 전시된 제품들. 제품마다 농민의 이름이 인쇄돼 있다. 신진호 기자

지난달 18일 대전 유성구에 문을 연 '청양 먹거리 직매장' 진열대에 전시된 제품들. 제품마다 농민의 이름이 인쇄돼 있다. 신진호 기자

 청양지역활성화재단 정환열 상임이사는 “매장의 가장 큰 장점은 청양군이 보장하는 농·축산물을 믿고 살 수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200여 곳인 납품 농가를 1000여 개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대전·청양=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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