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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헬스] 적포도주 정말 건강에 좋은가?

중앙일보

입력

포도주의 1인당 소비량이 가장 많은 프랑스인들은 특히 식사와 함께 적포도주를 즐긴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다른 유럽인에 비해 관상동맥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이른바 프렌치 패러독스다.

그동안 적포도주의 심장보호 효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있었지만 과연 어떤 이유로 심장이나 혈관에 이로운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포도 껍질을 그대로 이용하는 적포도주의 경우 포도 껍질 속의 어떤 물질이 동맥경화증 발생과 진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심장에 이롭다고 설명해 왔다.

최근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는 적포도주의 심장 보호 기전을 밝힌 런던 퀸메리대 연구팀의 논문을 실었다.

그들은 포도 껍질 안의 폴리페놀이 혈관을 수축시키고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엔도셀린-1의 생성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동맥경화증과 관상동맥 질환에 이로울 수 있다는 것.

암소의 배양된 심장 세포에서 백포도주나 로제 와인은 엔도셀린-1의 생성에 아무 영향이 없었으나 적포도주는 엔도셀린-1의 생성을 억제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동맥경화증 예방을 위해 어느 정도 양의 적포도주를 마셔야 할까? 불행히도 아직은 밝혀진 것이 없다. 더욱이 적포도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프랑스인들의 주장 자체를 부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즉 포도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이미 더욱 건강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프랑스인의 경우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사망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을지 모르지만 알콜성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살.사고 등은 비교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이들 알콜 관련 문제로 인한 사망이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사망을 축소시켜 마치 적포도주가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사망을 줄인다는 식으로 통계를 왜곡시켰을 수도 있다.

프렌치 패러독스, 아직까지는 역설일 따름이다.

<전재석.을지의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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