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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하차도 참사는 인재” 경찰 결론, 검찰 기소여부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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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7월 침수된 초량 제1 지하차도에서 119 대원이 구조활동하는 모습.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7월 침수된 초량 제1 지하차도에서 119 대원이 구조활동하는 모습. [사진 부산경찰청]

지난 7월 23일 폭우에 3명이 숨진 부산 동구 초량 제1 지하차도 사고를 수사해온 경찰이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등 공무원을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자 부산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광역단체장이 재난사고와 관련해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게 매우 이례적인 데다 허위공문서 작성 같은 중대 범죄 혐의가 드러나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시장대행 등 8명 기소의견 #이례적 직무유기 적용에 다툼 예상 #안이한 대응에 허위 공문서 혐의도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공무원은 부산 전체 재난대응 총괄책임자인 변 권한대행과 부산시 재난대응팀 직원 1명, 부산 동구 안전도시과장·안전총괄계장·담당자, 건설과 기전계장·담당자 등 8명이다.

이 가운데 변 권한대행은 부산시 재난·재해 매뉴얼 상 사망자·중상자가 나오면 상황회의를 주재해 부서별 지시를 내리고, 현장확인 등을 해야 하지만 당시 시청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관사로 퇴근해 직무유기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권한대행으로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구청장 등 동구 직원은 차량 통제용 전광판이 고장 났지만 방치하고 지하차도 배수로 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한편, 차량통제 등을 위한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부산시와 동구 직원 3명은 하지 않은 상황판단 회의를 했다고 회의록을 허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량의 빗물유입(시간당 81㎜ 강우)과 배수지인 초량천 범람, 토사유입으로 배수펌프의 배수량 저하 같은 침수원인 외에 고장 난 전광판 방치 등 부실한 시설관리, 모니터링을 통한 차량통제 부재 등 안이한 재난대응으로 사고가 났다고 경찰이 결론 내린 것이다.

이런 발표에 정의당 부산시당은 “당연한 일이다. 명백하고 중대한 혐의에 대해 경찰의 송치가 늦은 이유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부산시의회 국민의힘 김진홍 원내대표는 ‘재발 방지를 위한 시의회 차원의 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시민단체인 부산경남 미래정책은 “허위공문서 작성은 사고 당시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복지부동의 관료사회를 혁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변 권한대행은 “향후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전 직원과 함께 시정 공백이 생기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동구도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난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 법적으로 책임소재가 밝혀진다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의 혐의 적용이 무리라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의 한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공무원의 직무유기죄는 법령·내규상 추상적 성실의무를 태만히 할 경우가 아니라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으로 국가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야기할 때 성립한다”며 “변 권한대행은 24일 0시 6분과 0시 9분 시민안전실장과 재난대응 과장에게 보고를 받고 후속 조치를 지시해 직무유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법상의 매뉴얼은 재난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행정기관 내부지침이지 무조건 매뉴얼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며, 매뉴얼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유기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동구 공무원들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던 만큼 기소과정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검찰의 공무원 기소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기소해 재판이 진행돼도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상당한 법적 다툼이 예상되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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