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영찬 "카카오 불공정"…실제 이낙연 기사 더 많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카카오에)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봤다. 불공정하게 편집됐다고 본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재진에 포착된 자신의 휴대전화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메시지가 논란이 되자 “양당 대표가 연설하면 똑같은 기준으로 기사 배치를 해야 한다”며 이렇게 해명했다.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 관련 기사가 포털 다음의 메인뉴스에 게시되었지만 전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 관련 기사는 메인뉴스에 바로 노출되지 않았다는 주장이었다. 그의 해명에도 야당에선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며 정부·여당의 포털뉴스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은 언론에 포착된 당시 윤 의원과 그의 보좌진이 나눈 메시지 내용.

▶보좌진=“주호영 연설은 바로 메인에 반영되네요.”
▶윤 의원=“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 주세요.”
▶윤 의원=“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과 관련해 보좌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스1]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과 관련해 보좌관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스1]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실이 카카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다음 메인뉴스에 노출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 기사는 민주당 이 대표 관련 기사가 국민의힘 주 원내대표 관련 기사보다 한 건 더 많은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 대표의 국회 연설 관련 기사는 모두 3건이 다음 메인뉴스에 노출됐다. 제목은 이랬다.

①이낙연 “고통 더 큰 국민 먼저 돕는 것이 연대이자 공정”(연합뉴스)
②[현장연결]이낙연 첫 교섭단체대표 연설…‘코로나 극복’ 강조(연합뉴스TV)
③오늘도 ‘협치 넥타이’ 매고 “윈윈윈 정치” 강조한 이낙연(머니투데이)

반면 주 원내대표의 연설 관련 기사는 2건이 노출됐다.

①[전문] 주호영 연설 “진실은 권력으로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아”(뉴스1)
②[현장연결] 주호영 “추 장관, 특임검사 또는 특별검사 수사 자청해야”(연합뉴스TV)

설훈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 출연해 “여야 대표연설 부분은 비중을 같이 다뤄줘야 한다. 그게 상식”이라며 “우리 이낙연 대표 부분하고 주호영 대표 부분하고 보니까 경우가 안 맞다. 주 원내대표 부분은 바로 실시간으로 포털에 올라오는데 지난번 이 대표 때는 안 그랬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의원이) 여당 탄압 아니냐, 여당에 대한 홀대 아니냐.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 부분은 실시간으로 올라왔다”는 설 의원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자료에 따르면 7일 오전 10시 시작한 이 대표 연설 관련 기사는 2분 뒤인 10시 2분에 다음 메인뉴스에 노출됐다. 다음 날 14시에 시작한 주 원내대표의 연설 관련 기사는 5분 뒤인 14시 5분에 메인뉴스에 노출됐다. 오히려 민주당 관련 기사가 3분가량 빨리 노출된 셈이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뉴스1]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야당에선 “오히려 불공정 편집은 우리가 당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현 정권의 잣대로는 포털 뉴스를 아예 여권이 싹쓸이해야 공정하고 정상이라고 보는 건가”라며 “국정조사 등을 통해 여권의 포털 장악 민낯을 반드시 밝혀내야 할 이유가 명확해졌다”고 했다.

야당은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뉴스포털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윤 의원을 당장 사임하게 할 것을 요구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