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텐센트 역발상…'中 저승사자'였던 美외교거물 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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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 위챗을 운영 중인 중국 기업 텐센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재 위협에 맞서 공화당 출신의 거물 정치인을 로비스트로 고용했다.

'반중 법안' 낸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 고용

9일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텐센트가 고용한 인물 중에는 에드 로이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원 출신의 에드 로이스는 6년간 하원 외교위원장(2013~2019년)을 지닌 거물이다.

에드 로이스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에드 로이스 전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청와대사진기자단]

주목되는 건 그가 중국을 겨냥해 수많은 법률안을 내놓은 대표적인 반중(反中) 성향 정치인이란 점이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중국군 처벌 근거로도 사용되고 있는 강력한 법안이 그에게서 나왔다. '미국의 적에 대응하는 제재 법안(CAATSA)'이 그것이다. 이 법은 원래 미국이 적으로 규정해온 러시아·이란·북한에 대한 통합 제재법인데 중국에도 적용된다.

SCMP는 "CAATSA는 가장 강력한 제재 법안으로 여겨진다"고 소개했다. 로이스는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대만의 위상을 강화하는 법률을 입법하기도 했다.

SCMP는 "텐센트는 로이스 외에도 전직 의회 보좌관 5명을 고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텐센트가 '중국 저승사자'로 비칠 수 있는 로이스를 섭외한 이유는 주요 제품인 채팅 앱 위챗이 미국에서 사용금지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정 모두에 정통한 로이스가 미국 정치권 설득의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6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위챗의 모회사인 텐센트와의 거래를 45일 이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워싱턴 제5회 한인 풀뿌리대회 만찬 행사에서 연설한 에드 로이스 당시 미 하원 외교위원장.[시민참여센터 제공]

워싱턴 제5회 한인 풀뿌리대회 만찬 행사에서 연설한 에드 로이스 당시 미 하원 외교위원장.[시민참여센터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의 근거로 "중국이 미국 사용자의 개인 정보에 무제한으로 접근한다"면서 "미국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로비스트 리스트에는 에드 로이스 전 하원외교위원장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다.

로비스트 리스트에는 에드 로이스 전 하원외교위원장의 이름도 포함되어 있다.

서유진 기자·김지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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