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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탁환의 ‘골방 탈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02호 21면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김탁환 지음
해냄

“이렇게 살다 죽긴 싫었다. 사방이 콘크리트인 작업실을 벗어나 문장 밖을 쏘다니고 싶었다.” 23년 동안 29편의 장편소설을 펴낸 소설가 김탁환의 ‘골방 탈출’ 선언이다. 장편소설 말고도 단편집 3권, 장편동화 3편, 각종 비평집과 논픽션 등도 펴냈으니, 문장을 쏟아냈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싶다. 어느 날 ‘글 쓰는 기계’라는 생각이 들면서 길을 나섰다. 지방 곳곳의 마을을 돌아다녔다. 작업실에서 짐작했던 것과 다른 세계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방 소멸’ ‘농촌 소멸’ ‘벼농사 소멸’ ‘공동체 소멸’ 같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 동시에 그런 소멸을 줄이기 위한 회생의 노력도 진행되고 있었다.

소멸을 우려하다 회생의 길에서 만난 사람이 전남 곡성의 농부과학자 이동현씨다. 발아 현미 연구 및 곡물 가공 전문업체인 미실란 대표인데, 일본 규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생물 연구자이기도 하다.

친환경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는 이 농부와 2018년 3월부터 지금까지 틈만 나면 만나 울고 웃으며 나눈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미실란이 지방·농촌·벼농사·공동체 등 네 가지 소멸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김탁환의 눈으로 보고 그린 기록이기도 하다. 도시소설가는 농부과학자를 보면서 “아름다움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지키는 태도”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김탁환 작가의 새로운 ‘문장 세계’가 넓게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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