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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아파트욕실·공중화장실 에어로졸 타고 떠다닐 수도 있다"

중앙일보

입력

아파트 화장실에서 발생한 에어로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아파트 화장실에서 발생한 에어로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아파트 아래 윗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있다면 화장실 공기 중에 바이러스가 떠다닐 가능성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중 연구팀, 논문 통해 경고 #변기 물 내릴 때 욕실 공기 오염 #하수관에서 욕실로 옮겨올 수도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릴 때나 부실한 배수관 이음새를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에어로졸(미세한 물방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중국 칭화대 환경대학원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캠퍼스 도시환경공학과 소속 연구팀은 3일 사전 공개 사이트(medRxiv)에 올린 논문을 통해 "환자 분변 속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고, 화장실 등에서 에어로졸을 통해 코로나19 전파 가능성도 있다"며 예방 대책을 제시했다.

배수관에서 바이러스 날아올 수도 

아파트 수직 배수관의 구조

아파트 수직 배수관의 구조

연구팀은 우선 코로나19 환자가 용변을 본 다음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이 발생, 화장실을 같이 사용하는 건강한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중국 우한의 병원 화장실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다량 검출된 것을 증거로 들었다.

연구팀은 또 이웃에 코로나19 환자가 거주할 때 아파트 욕실 배수관과 건물 전체의 수직 배수관을 연결하는 이음새의 결함 때문에 환자 변기에서 나온 에어로졸이 아파트 내 다른 세대로 옮겨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환자가 내린 변기의 물이 흘러간 뒤 바이러스가 각 세대 배수관이나 아파트 전체 수직 배수관 벽에 붙어 있다가 나중에 아래위 세대의 세면대나 욕조 구멍을 통해 에어로졸로 날아올 수도 있다.

특히 배수관에 바이러스가 포함된 사람의 배설물이 정체돼 있을 때, 아파트 욕실의 환풍기(환기팬)가 오염된 에어로졸을 지속해서 욕실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P-트랩에 물이 차 있어서 배수관에서 들어오는 냄새와 에어로졸을 차단하는 장벽 역할을 한다.
하지만 P-트랩의 물이 증발하면 수직 배수관의 에어로졸이 개별 욕실로 직접 유입되면서 하수도 냄새가 나기도 한다.

감염 확률이 높지는 않다지만….

지난달 26일 오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아파트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6일 오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아파트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연구팀은 우한 병원처럼 환자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을 건강한 사람이 하루 동안 함께 사용했을 때 감염 위험은 0.00578%인 것으로 분석했다.

환자가 1명인 일반 아파트 화장실의 경우나 배수관 이음새 불량에 의한 이웃집 감염 위험은 이보다도 훨씬 낮게 계산됐다.

하지만, 2003년 사스(SARS·급성 중증호흡기증후군) 당시 홍콩의 아파트단지 '아모이 가든'에서 집단 발생했던 사례 등을 고려하면 무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홍콩 '아모이 가든'에서는 사스 때 화장실 배수관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로 321명이 집단 발병했다.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한 지난 2003년 3월 집단감염이 발생한 홍콩 아모이 가든에서 방역담당자가 격리된 각 가정에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스(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확산한 지난 2003년 3월 집단감염이 발생한 홍콩 아모이 가든에서 방역담당자가 격리된 각 가정에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아모이 가든 집단감염 원인은 배수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홍콩 아모이 가든 집단감염 원인은 배수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최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질병예방통제센터(CDC)에서는 '내과학 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고층 아파트에서 같은 수직 라인에 거주하는 3개 세대 9명이 감염된 사례를 공개했다.

처음 발병한 가족은 코로나19 진앙인 우한을 방문했지만, 다른 두 가족은 우한을 방문한 적도 없었고 증세도 뒤에 나타났다.
엘리베이터나 다른 경로로 전파됐다는 증거는 없었다.

이들 가족이 사용하는 욕실은 수직 배수관으로 연결돼 있었는데, 다양한 환경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가 포함된 에어로졸이 수직 환기구를 통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됐다.

공중화장실 배기에 신경 써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중화장실을 소독하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공중화장실을 소독하는 모습. 연합뉴스

연구팀은 '에어로졸이 공기 중으로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물을 내리는 동안 변기 덮개를 닫아 둬야 한다"며 "공중화장실의 경우 여러 개의 변기에 의해 생성된 에어로졸이 화장실을 단시간에 채울 수 있기 때문에 공중 화장실에서는 배기·환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코로나19와 같이 에어로졸을 통해 전파되는 전염병이 발생하는 동안에는 건물의 배수 시스템이 적절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기존의 실내 배수 시스템을 적절히 사용하고 유지하기만 하면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각 환자가 배출한 바이러스가 모이는 하수처리장에서는 오·폐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을 채집·분석해 처리장에서 일하는 직원의 위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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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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