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전사고 막는 ‘집게손’ 일본산 대신 기술자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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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원전기가 100% 국내 기술로 만든 ‘간접활선 기계화 안전 스틱’을 활용해 고압선에서 성능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원전기]

대원전기가 100% 국내 기술로 만든 ‘간접활선 기계화 안전 스틱’을 활용해 고압선에서 성능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 대원전기]

“고압선 감전사고, 이제 걱정 없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이 고압선에서 전기를 끊지 않고도 안전하게 공사할 수 있는 장비를 독자 개발했다. 10년간 연구, 100억원의 투자 끝에 나온 결실이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을 육성하는 정부 정책에 또 하나의 ‘기술자립’ 사례가 추가됐다.

중기 대원전기가 안전스틱 개발 #시제품만 1000개 만들었다 폐기 #한전 “독자기능 추가, 사용도 편리”

충북 증평군에 있는 대원전기는 일종의 절연 막대인 ‘간접활선 기계화 안전스틱’을 최근 선보였다. 이 장비를 이용하면 작업자가 2만2900V의 고압선로를 직접 만지지 않고 송·배전 공사를 할 수 있다. 종전에는 사람이 절연장갑을 끼고 고압선을 만지며 작업하는 바람에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한국전력은 2018년 2월 고압선 작업자의 감전사고를 막기 위해 ‘간접활선 공법’을 의무화했다. 그런데 간접활선 공법의 핵심인 절연 막대를 생산하는 업체가 그동안 국내에 없었다. 이러다 보니 세트당 2000만원 안팎의 일본 제품을 한전 협력업체가 사들여 공사에 투입했다. 권세원 대원전기 대표는 “전기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비 개발이 시급했다”며 “저전압 규격인 일본 제품은 완성도가 떨어져 30여 가지 공정 중 4~5가지밖에 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원전기가 절연 막대 개발에 나선 것은 10년 전이다. 연구와 시공·제작 등에 50여 명이 매달렸지만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권 대표는 “지금까지 시제품으로 1000여 개를 만들었다가 폐기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원전기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23건의 특허를 따냈다. 한전은 “대원전기가 개발한 절연 스틱은 대한전기협회의 성능 검사에도 합격했다”며 “일본 제품에 없는 기능이 추가됐고 작업자 편의성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증평=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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