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 미사일 개발에 엮이면 건당 100만 달러 벌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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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정부가 1일(현지시간) 국제사회에 북한 탄도미사일과는 무심코라도 엮이지 말라는 공개 경고문을 발표했다. 미 국무부·재무부·상무부는 이날 공동으로 ‘북한 탄도미사일 조달 주의보’란 제목의 19쪽짜리 자료를 냈다. 이들 부처가 북한 탄도미사일로 합동 경고문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나 대북 제재 회피 등에 대해서만 함께 다뤘다.

국무·재무·상무부 합동 경고문 #“무심코 도왔어도 제재받을 수 있어” #대선 앞두고 북한발 악재 차단 #남북교류 확대하는 한국에도 시그널

경고문은 ▶북한의 교묘한 부품 획득 수법 ▶탄도미사일 개발에 쓰일 수 있는 제품 및 재료 ▶접촉해선 안되는 북한 기관 ▶위반시 받는 처벌 수위까지 조목조목 담았다. 국무부는 홈페이지에 이를 소개하면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조달을 무심코 도왔어도 미국과 유엔의 제재 리스크가 있음을 알고 있으라”고 명시했다. 북한 탄도미사일에 실수로 연루돼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얘기다. 남북 협력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한국 정부에겐 대북제재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경고문은 북한 탄도미사일에 전용되는 부품이나 상품을 예시했다. 8~9개 차축이 있는 임업용 대형 화물차는 탄도미사일의 이동식 발사대(TEL)로 뒤바뀌며, 티타늄이 함유된 합금이나 알루미늄 등도 북한에 흘러들어가면 종국엔 미사일 생산에 쓰인다고 했다.

또 북한은 해외 업체를 부품 조달에 몰래 이용하고 있다고 알렸다. 경고문은 구체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 업체가 구매한 뒤 이를 북한으로 다시 보내면서 최종 사용자를 숨기는 방식을 거론했다. 민감한 상품의 경우 수출 서류 작업 때 가리는 수법도 명시했다.

경고문은 이에 따라 전세계 산업계에 “새 거래처가 고급 기술 제품을 대량 구매할 경우 의심해 보라” “재판매·중계를 목적으로 한 거래에선 반드시 최종 구매자를 확인해야 한다” 등의 깨알 지침을 알렸다. “산업계가 북한의 조달 시도를 찾아 무너뜨리는 최전선(front line)”이라고도 강조했다.

경고문은 북한 탄도미사일에 엮일 때 받는 처벌까지 담았다. ‘북한 제재 규정(NKSR)’을 위반하면 약 30만 달러 또는 해당 상거래의 두 배 중 큰 금액으로 민사상 벌금에 처해지고 형사상 기소될 수 있다고 알렸다. 또 수출통제개혁법(ECRA)을 위반하면 위반 건당 최대 20년의 징역 및 최대 100만 달러의 벌금에 처해진다고 경고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당분간 제재 국면이 계속 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북교류협력을 위해 조금씩 제재의 ‘회색지대’를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한국에 대해 ‘그건 곤란하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고 짚었다. 경고문은 북한 조선광업개발회사, 군수공업부, 제2국방과학원, 제2경제위원회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기관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이번 경고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사회에는 북한을 돕지 말고, 북한엔 ‘미사일 도발을 하지 말라’는 이중의 경고라는 해석도 있다. 60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북한발 악재’를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란 것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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