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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왜 빨리 기소 안하나…이성윤은 매주 수사팀 채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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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수사를 전담해 온 이복현(48·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장이 오는 3일 지방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 전에 처리하고 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검찰이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간 책임 떠넘기기와 함께 검찰 내부의 이상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전보 발령 수사팀장, 곧 처리할 듯 #사건처리 이견없던 윤석열·이성윤 #수사심의위 이후 미묘한 기류 변화 #윤, 검찰인사 때 수사팀 유임 요청 #추미애가 묵살, 공판특별2팀 신설

이와 관련해 윤 총장 측 인사는 30일 “이성윤 지검장이 1주일마다 한 번씩 이복현 부장에게 왜 빨리 기소를 안 하느냐고 채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아마도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수사는 윤 총장과 이 부장이 수사부터 기소, 재판까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이 사건 수사팀이 지난 6월 초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만 해도 윤 총장과 이 지검장 간에는 사건 처리 방향에 큰 이견이 없었다.

추미애·윤석열 싸움 끼인 이재용…기소 여부 결정 초읽기

추미애(左), 윤석열(右)

추미애(左), 윤석열(右)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 지검장은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강요미수 사건’을 놓고 윤 총장과 각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벅차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같은 달 2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조차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한 이후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왔다. 윤 총장은 수사팀에 이 부회장 기소에 반대하는 주장도 적지 않으니 경제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두루 들어보라고 지시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난 27일 단행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팀을 그대로 유지해달라는 것과 삼성 재판을 염두에 둔 듯한 ‘공판특별2팀’ 신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법무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그 요청이 묵살되자 대검 측은 30일 “인사권자인 추미애 장관 등 이 정부가 ‘이 부회장을 기소하라’는 의중을 드러 낸 것이라고 본다”는 주장을 폈다. ‘기소 명령’으로 받아들인다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변수가 생겼다. 신성식 3차장검사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해 3차장 자리는 공석인 상태다. 이에 안양지청장으로 발령난 이근수 2차장검사가 3차장 산하 사건을 대리 결재 중인데 그가 이 부회장 공소장 결재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2차장검사는 기소심의위에서 불기소 권고를 내린 사건인 데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인 만큼 후임 3차장검사의 결재를 받는 게 맞지 않느냐며 공소장에 서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이 지검장 결재 또는 이 부장 전결로 기소는 할 수 있지만 수사의 정당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해당 관계자는 “결국 윤 총장은 국정농단 특검 때부터 스스로 밀어붙여온 수사였기에, 이 지검장은 한동훈 검사장 사건에서 불기소를 의결한 수사심의위의 결론을 무시할 수 있는 전례를 만든다는 점에서 양측 이해관계가 기소 쪽으로 맞아떨어진다”며 “다만 서로 나중에 돌아올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명분쌓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수사팀 내에서조차 “이 부회장이 구속된 사안의 곁가지라 처음부터 수사 가치가 약했고 수사 결과도 미흡하며 기소하면 무죄가 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유죄 확신이 있어야 기소하는 것이지 마지막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 위해 기소한다는 건 중남미 검찰이라면 몰라도 한국 검찰의 문법엔 없는 것”이라며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큰 싸움에 끼여서 국내 최대 기업이 동네북처럼 두들겨맞고 곡소리 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조강수 사회에디터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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