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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야깅·심야쇼핑·사고급증… 열대야 현상 심해

중앙일보

입력

장마가 끝나고 전국적으로 '가마솥' 더위 속에 열대야 현상이 계속돼 시민들의 불편과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대구는 18일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3일 경북 영천의 낮 최고기온은 체온보다 높은 37.2도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더위를 피해 야간활동을 하는 '올빼미족' 들이 크게 늘고 있으며 더위로 인한 각종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더위는 휴일인 5일을 고비로 다소 누그러지겠으나 다음주 중반 무더위가 다시 시작돼 8월 중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 장기화되는 열대야=대구지역의 경우 3일 새벽 최저기온이 1907년 기상관측 개시 이래 가장 높은 27.8도를 기록하는 등 새벽까지 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중부지방보다 10여일 앞서 지난달 21일 장마가 끝난 남부지방의 열대야 일수는 제주 14일, 부산 13일, 전주 11일, 광주 9일 등 대부분 94년 이후 최대치에 육박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확장으로 낮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오른 데다 습도가 높아 밤사이 복사냉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면서 "이런 현상이 8월 중순까지 계속되겠다" 고 밝혔다. 서울도 3일로 5일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 붐비는 강변.공원=대전엑스포공원.서울 한강 둔치 등 전국의 강변.공원은 밤잠을 못이루고 나온 가족단위 시민들로 밤늦도록 붐비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 소양댐 부근에는 방류수의 냉기를 찾아 몰려드는 시민들로 오후 8시면 돗자리를 펼 곳이 없다.

춘천공설운동장도 저녁마다 '야깅(야간 조깅)' 나온 4백여명의 시민들로 북적거린다. 땀을 흠뻑 흘린 뒤 씻고나면 잠들기가 훨씬 편하다는 것이다.

◇ 심야 쇼핑.영화관=셔틀버스 운행금지로 다소 한산했던 대형 할인점도 요즘은 초저녁부터 주차장에서 빈자리 찾기가 힘들다. 영업 종료시간도 대부분 오후 11시로 한시간 늦췄다.

경기도 안산시 H할인점 관계자는 "심야 손님이 늘면서 하루 8천5백명이던 전체 손님이 지난주부터 1만5백명으로 늘었다" 고 밝혔다.

케이블TV 홈쇼핑업체들도 하루 매출의 20%를 차지하던 오후 10시~오전 2시의 심야 매출 규모가 최근 25%를 넘어섰다.

자정 이후까지 상영하는 심야극장을 찾는 관객도 부쩍 늘어 부산 L극장은 지난달 말부터 야간 관람료 수입이 하루 전체의 45%까지 차지하고 있다.

◇ 사건.사고=3일 낮 전남 섬진강변에서 교회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던 金모(15.부산시 동래구 온천동)군이 익사하는 등 강변.해안에서 익사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7시쯤에는 충남 논산시 K대 앞길에서 권모(23.K대 휴학생)씨 등 남녀 2명이 맥주를 마신 뒤 에어컨을 켜둔 차 안에서 잠자다 숨졌다.

제주지역에서는 무더위로 지난달 말 닭 2천여마리가 폐사하고, 바닷물의 온도 상승으로 녹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O내과의 경우 지난달까지도 거의 없었던 일사병.냉방병 환자가 이달 들어 하루 10여명씩 찾아오고 있다.

경기도 일산지역 내과들에는 설사.복통.고열을 호소하는 급성장염환자가 이달 들어 20% 가량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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