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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 위해 국내 제조업 최초‘무방류 시스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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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석포제련소가 오는 12월부터 ‘무방류 시스템’ 운영에 들어간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주 헤이즈에너지에 있는 무방류 설비 모습. [사진 영풍]

영풍 석포제련소가 오는 12월부터 ‘무방류 시스템’ 운영에 들어간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주 헤이즈에너지에 있는 무방류 설비 모습. [사진 영풍]

낙동강 상류인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가 오는 12월부터 ‘무방류 시스템(Zero Liquid Discharge System)’ 운영에 들어간다.

영풍 #12월부터 ‘방류수 없는 공장’ 운영 #낙동강 본류 오염 논란 정면 돌파 #환경단체 신뢰 등은 숙제로 남아

환경보전을 위해 아연 제련에 사용한 물을 한 방울도 방류하지 않는 특단의 대책이다. 국내 제조업계에서 이 시스템을 채택한 공장으로는 영풍이 최초다. 환경 당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낙동강 물 통합 관리 정책에는 경북 남부의 ‘구미, 성서 산단 무방류 시스템 도입’ 과제가 포함됐다. 영풍이 연말까지 이 공정을 도입하게 되면 환경 개선의 선행 사례가 될 전망이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무방류 시스템 도입은 그동안 제련소가 낙동강 환경 오염원으로 지목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2014년부터 지역 환경단체가 ‘안동댐 상류 환경 오염의 원인이 100km 북단에 위치한 제련소 때문’이라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같은 기간 안동댐 주변에서는 왜가리와 물고기가 대량으로 폐사하면서 공장에서 흘러나온 중금속 폐수가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에 참여한 환경운동가들은 석포제련소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오염 정화용 미생물 누출로 인한 20일 조업정지(2018.2) ▶2공장 외벽의 이중옹벽조의 불법성 여부 논란으로 인한 120일 조업정지(2019.4) 관련 내용도 ‘뜨거운 감자’다. 4개월 공장 가동 중단 조치라 할 수 있는 환경부의 120일 조업정지 처분은 국무조정실 산하 행정조정협의회에 계류돼 현재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텍사스 가스발전소 75% 무방류 시스템 채택

영풍은 ‘낙동강 본류 오염’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물 재이용’이라는 혁신적 방안을 강구했다. 해외에서는 미국 텍사스 지역의 가스 발전소 중 75%가 무방류 시스템을 채택해 폐수를 전량 재이용하고 있다. 40년의 무방류 공정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제조 기업의 사례들을 벤치마킹했다.

현재 미국의 캘리포니아·텍사스·네바다 등 서남부 지역의 도시들은 ‘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약 4000만 명의 인구가 콜로라도 강의 물줄기에 기대서 생활용수·공업용수를 쓰고 있어 수자원이 풍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근 지역의 발전소나 공장들은 폐수의 98~100%를 재이용하는 무방류 공정을 전격 도입했다. 템플시 인근에 있는 판다 에너지(가스발전소)는 분당 450갤런의 물을 전량 재이용하고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적용하게 될 무방류 및 물 재이용 시스템은 우선 폐수를 끓여서 졸인 다음 수증기로 만든다. 그다음 증발 농축, 폐기물 처리를 쉽게 하기 위한 결정화·탈수처리 과정을 진행한다. 특히 각 공정을 거친 물에 함유된 염(소금)이나 마그네슘 등 이온 성분을 최대한 제거해 ‘사용수의 지속 가능성’을 도모한다. 영풍 측은 320억원의 공정 건설비용과 함께 매년 90억원의 운영비를 투입해 무방류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무방류 공정에 대한 지속 홍보와 교육 필요

영풍의 무방류 시스템 가동으로만 단시간에 환경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수는 없다. 시스템의 지속적이고 철저한 운영은 물론 환경단체의 신뢰 등이 숙제로 남아 있다.

김정수 환경안전건강연구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무방류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불법적으로 버리는 사례가 워낙 다반사로 있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의장도 “무방류 시스템으로 제련소 인근의 모든 오염을 해결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미국 텍사스주의 경우에도 폐수의 전량 재이용 개념을 일반 주민들에게까지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과달루페 에너지의 한 관계자는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력 생산 과정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그 과정에서 무방류 공정과 관련된 내용을 쉽게 설명하는 작업을 10년간 해 왔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웨스트베이진(West Basin) 지구 역시 물의 재이용을 중요한 정책 방향으로 설정하고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 지역주민의 이해를 구해 왔다.

중앙일보디자인=송덕순 기자 song.deoks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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