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치에 유리한 김치 국제 규격화

중앙일보

입력

"일본 기무치도 김치로 공인받을 수 있다?"

"무.오이김치나 신 김치는 김치가 아니다?"

지난 5일 국제식품규격으로 인정받은 김치의 구체적인 기준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업계와 농림부에 따르면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확정한 규격 기준 가운데 발효식품임을 나타내는 젖산의 농도가 하한선 없이 '최고 1% 이하' 로만 규정돼 젖산 농도가 낮은 일본 기무치도 '김치' 의 범주에 포함된 것이다.

또 주 원료를 배추류에만 한정해 무.오이 등 우리 고유의 맛이 담긴 다양한 김치 제품은 국제 기준에 아예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조직적인 마케팅을 앞세운 일본식 인스턴트 기무치가 김치란 이름으로 포장돼 세계 시장을 파고들 가능성이 커졌다.

김치의 기준은 '절임 배추에 여러가지 양념류를 혼합해 젖산 생성에 의해 적절하게 숙성.발효된 제품' 으로 규정했는데, 발효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인 젖산 농도는 신 김치의 기준이 되는 1% 이하로만 정해졌다.

따라서 발효되지 않은 겉절이를 재료로 구연산 등을 첨가한 일본식 기무치인 아사즈케 등에 고춧가루와 유산균을 일부 첨가할 경우 김치로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김치에 쓰이는 식품 첨가물에도 구연산이 젖산 등과 함께 인정돼 규격 기준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김치(kimchi)라는 이름을 양보한 대신 실익을 챙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무역협회는 Codex 분과위원회의 심의 직전인 1999년 말 관련 업계의 의견을 모아 농림부에 건의문을 내면서 0.5%의 젖산 농도 하한선을 둘 것을 요청했으나 일본과 합의한 농림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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