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모임 참석’ EU 집행위원, 방역지침 어겨 아일랜드서 사퇴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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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필 호건 통상담당 집행위원. AF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필 호건 통상담당 집행위원. AFP=연합뉴스

필 호건(60)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을 위반하고 정계 골프모임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모국인 아일랜드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호건 집행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정치인들의 코로나19 방역 지침 위반을 놓고 의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아일랜드 정부는 코로나19의 재확산 기류에 따라 6인 초과 실내 모임을 금지하는 등의 강력한 방역지침을 내놨다. 하지만 다음 날인 19일 저녁 아일랜드 의회 골프 모임이 호텔에서 다수가 참석한 사교 파티를 주최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이 일을 최초 보도한 일간 아이리시 이그재미너에 따르면 아일랜드 의회 골프 모임이 주최한 만찬 자리에는 호건뿐 아니라 내각의 각료와 대법관 한 명 등 고위직 정계와 사법부 인사들 82명 참석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고 국민적 공분이 일자 아일랜드 경찰은 의회 골프 모임이 정부의 방역 지침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수사를 개시했다.

이에 만찬에 참석했던 다라 캘러리 농업부 장관과 상원 부의장인 제리버티머 의원은 사퇴했다.

필 호건 집행위원의 국내 소속당인 ‘핀 가엘’(통일아일랜드당)의 당대표인 레오 바라드카 부총리도 호건에게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직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호건 집행위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힌다. 내 행동이 아일랜드 국민의 심기를 건드렸고,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1987~2014년 아일랜드 상·하원의원을 지낸 호건은 2011~2014년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뒤 작년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에 선출됐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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