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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금 82억? 563억 달라" 목숨 걸겠다는 사랑제일교회, 왜

중앙일보

입력

사랑제일교회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교회를 지키고 있는 교인들. 조합원 제공

사랑제일교회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교회를 지키고 있는 교인들. 조합원 제공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재개발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현재 교회가 들어서 있는 부지는 장위 재개발 10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착공을 서두르는 재개발 조합은 사랑제일교회에 하루빨리 퇴거할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사랑제일교회는 신도들이 교회를 지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조합, "교회 때문에 착공·분양 늦어져"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사업조합은 착공을 서두르고 있다. 조합 측은 특히 퇴거를 거부하는 사랑제일교회 때문에 착공도 분양도 미뤄지고 있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김경덕 조합장 직무대행은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추가 발생한 사랑제일교회가 시설 폐쇄 조치됐다"면서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속히 부분 철거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14일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가 13명으로 늘어남에 따라 시설폐쇄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김 직무대행은 조합원들에게 지난 16일에도 "오늘 현장을 방문해 사랑제일교회에 아직도 많은 인원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폐쇄 명령 위반으로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17일에는 "이제 강제집행 결정권을 가진 법원의 허가만 남았다. 법원에서 집행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안일한 행태를 취할 경우 법원 앞에서 삭발을 강행하고 강력한 시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사랑제일교회 "순교 각오로 대항"

이에 맞서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19일 조합 측에 '성도들은 죽음으로 교회를 지킬 것'이라는 경고성 문자를 보냈다. 이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로, 교회가 비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교회가 집행을 대비한 물적 대비는 더 강화했기 때문"이라며 "순교할 각오로 대항한다면 어떻게 하시겠냐. 사람 몇이 죽어 나가면 조합은 박살 나게 되어있다. 사업은 당장 중단이고, 조합장과 담당 임원들은 구속될 것"이라고 했다.

장위동 내 재개발 사업은 대부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조합 내분이 있는 4구역과, 사랑제일교회가 있는 10구역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중 장위10구역 주민들은 2018년 5월 24일부터 이주를 시작해 현재 90% 이상이 이주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가 보상금으로 책정한 82억원의 7배에 가까운 563억을 요구하며 퇴거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563억은 교인 감소와 재정손실 110억원, 교회 신축비 3.3㎡당 1000만원을 근거로 한다.

장위10구역 재개발 조감도. 초등학교 근처에 '종교 시설' 부지가 따로 마련돼있다. A부동산 제공

장위10구역 재개발 조감도. 초등학교 근처에 '종교 시설' 부지가 따로 마련돼있다. A부동산 제공

사업 초기 땐 총회 장소도 내어줘

사랑제일교회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은 현재 사랑제일교회와 재개발조합이 극한 대치를 하고 있지만 재개발 사업 초기에는 양측이 협조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사랑제일교회가 조합 총회 때 회의 장소로 교회 시설을 내주기도했다는 것이다. 교회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2017년 정부의 부동산 8·2대책 이후 동네 집값이 쭉쭉 오르자 (교회에서) 보상금에 대한 불만을 갖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B씨는 "조합 측이 재개발 계획 단계에서 '종교 부지'를 장위초등학교 부근에 따로 마련했으나 사랑제일교회와 협의가 잘 안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강제집행서 자해 소동도 

한편 서울고법 민사22부는 20일 사랑제일교회 측이 재개발조합의 강제철거를 막아달라며 낸 세 번째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5월 재개발조합은 명도 소송 1심에서 승소해 교회 건물을 강제철거할 수 있게 됐다. 교회 측은 1심 패소 뒤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1심 법원인 서울북부지법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번 항소심에서도 기각됐다. 조합 측은 지난 6월 5일과 22일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신도들이 자해소동을 벌이는 등 크게 반발해 철수했다. 이후 7월 28일에는 야간집행 허가까지 받았으나 신도들은 이를 막기 위해 교회 내에서 '합숙'을 이어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12시 기준 사랑제일교회 관련 누적 확진자가 676명이라고 밝혔다. 이 교회와 관련한 집단감염은 다른 종교 시설과 직장 등 'n차 전파'로 이어지고 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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