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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빈지 36년, 라면 관념 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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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비빔면(연도미상). 사진 팔도

팔도비빔면(연도미상). 사진 팔도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라면은 팔팔 끓여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는다는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깬 파격 라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이가 드문 이 CM송의 주인공은 ‘팔도비빔면’이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52. 팔도비빔면

비빔면시장 개척 후 36년간 1위  

1984년 출시된 팔도비빔면은 차갑게 비벼 먹는 라면 ‘비빔면’ 시장을 처음 개척했다. 출시 초기엔 소비자들이 팔도비빔면을 일반 라면처럼 끓여 먹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만 해도 ‘라면을 물에 헹군 뒤 소스에 비벼 먹는다’는 개념은 생소했기 때문이다. 차갑게 즐기는 조리법을 확실히 각인시킬 방법. 국민 CM송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2004년 4월 팔도비빔면 출시 20주년 기념 잡지광고. 사진 팔도

2004년 4월 팔도비빔면 출시 20주년 기념 잡지광고. 사진 팔도

팔도비빔면은 출시 이후 올해 7월까지 36년간 15억개가 팔렸다. 현재 비빔면 시장의 약 64%를 차지하며 출시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인기 비결은 전국 유명 맛집의 비빔냉면과 비빔국수를 연구해 만든 황금비율 소스. 여기엔 원재료를 그대로 갈아 만든 액상 수프도 한몫했다.

팔도가 1983년 ‘팔도 참깨라면’에 국내 최초로 적용한 액상 수프는 원재료의 수분을 제거해 만드는 분말수프와는 달리 진액을 추출해 만든다. 그만큼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릴 수 있지만, 제조 공정이 까다롭다. 팔도가 당시 소속돼 있던 한국야쿠르트(팔도는 2012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분사)의 발효와 미생물 공학 기술 덕을 봤다.

괄도네넴띤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개 완판

2019년 한정판으로 출시된 괄도네넴띤. 사진 팔도

2019년 한정판으로 출시된 괄도네넴띤. 사진 팔도

젊은 층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지난해 선보인 ‘괄도네넴띤’이다. 팔도가 브랜드 출시 35주년을 맞아 젊은 세대와 효과적으로 소통해보자며 기획한 제품이다. 당시 글자를 비슷해 보이는 다른 글자로 바꿔 부르는 이른바 ‘야민정음’(야구+훈민정음·디시인사이드의 야구갤러리에서 유행시킨 언어유희)이 인기를 끌자 여기에 착안해 ‘팔도비빔면’을 ‘괄도네띰띤’으로 풀어낸 것이다.

‘괄도네넴띤’은 제품 이름부터 포장지까지 과감하게 바꿨다. 뉴트로 스타일을 적용한 포장지는 바탕색도 ‘비빔면’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아닌 흰색을 채택했다. ‘괄도네넴띤’은 한정판 출시와 동시에 2개월 만에 1000만개가 팔렸다. 팔도가 선보인 한정판 라면 중 가장 빠른 완판 기록이었다.

인기 업고 비빔장도 판매

팔도비빔면은 아예 비빔장까지 시판한다. 지난 2017년 출시된 ‘팔도만능비빔장’은 팔도비빔면의 액상 수프에 마늘과 홍고추, 사과 과즙, 양파 등을 더한 제품이다. 팔도가 당시 만우절을 맞아 기업 블로그에 ‘팔도만능비빔장 출시!’라고 가상의 제품을 올렸는데 네티즌들이 제품화를 요청해 실제 제품 출시로 이어진 것이다. 비빔장은 정식 판매를 시작한 지 22일 만에 15만개가 판매됐고 휴가철인 7~8월엔 한달 평균 70만개 이상 판매된다.

여름 라면 아냐! 겨울 판매량 매년 20%↑

팔도비빔면은 지난 7월 누적판매량 1억개를 넘기면서 브랜드 역사상 최단기간 판매 기록을 세웠다. 사진 팔도

팔도비빔면은 지난 7월 누적판매량 1억개를 넘기면서 브랜드 역사상 최단기간 판매 기록을 세웠다. 사진 팔도

팔도비빔면은 대표적인 여름 상품이다. 실제 출시 초기엔 여름에만 판매했었다. 90년대 후반부터 사계절 내내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여름 매출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엔 겨울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골뱅이나 삼겹살 등 다양한 요리와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2013년 야식 레시피를 소개하는 한 예능프로그램에선 팔도비빔면을 활용한 ‘골빔면’이 등장하기도 했다. 유튜브 등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먹방’ 효과도 톡톡히 봤다.

실제 지난 2016년엔 여름철(6~8월)과 겨울철(12월~2017년 2월) 판매 비중은 85대 15였지만, 지난해 77대 23으로 격차가 줄었다. 지난 2018년엔 2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5% 늘면서 당시 최초로 연간 판매량 1억개를 돌파했다. 이후 겨울철 판매량은 매년 20%씩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에 이미 한 해 누적판매량 1억개가 이미 넘어 브랜드 역사상 최단기간 판매 기록을 세웠다. 윤인균 팔도 마케팅 담당자는 “앞으로도 꾸준한 품질 개선과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해 비빔면 시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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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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