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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제품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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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현대자동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가 부분 변경 모델을 내놨다. 가격이 비싸졌다는 불만도 있지만, 미디어 시승회에서 경험해본 바로는 꽤 매력적인 차였다. 편의 기능이 늘었고 주행 성능도 개선됐다.

무심코 TV를 켰다가 가수 이승환의 ‘가족’(1997)이란 노래가 들렸다. 신형 싼타페 광고 배경음악이었다. 내용은 좋게 말하면 감동적이고, 속된 말로 하면 ‘감성팔이’다. 잠든 아이들을 보며 아버지는 “너희들을 만난 후부터 나는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어”라고 되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광고를 잘 만드는 회사다. 올해 ‘슈퍼볼(미국 프로풋볼 결승전)’ 광고에선 신형 쏘나타의 원격 주차 기능을 소개했다.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에반스를 기용해 만든 위트 넘치는 광고는 세계 3대 국제 광고제로 꼽히는 ‘2020 뉴욕 페스티벌’에서 수상했다.

시장에 맞는 광고 전략이 있겠지만 ‘감동 스토리’를 담은 싼타페 광고를 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현재 가장 ‘핫한 자동차 회사’ 테슬라는 미디어 광고를 하지 않는다.

자사 홈페이지나 공식 발표를 통해 기술과 제품을 알린다. 테슬라 오너들은 광고를 통해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직접 찾아서 소비한다. 10년 전 애플 아이폰에 열광했던 이들과 유사한 행태다.

무선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무선업데이트(OTA)는 테슬라의 마케팅 수단이기도 하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이스터 에그(개발자가 재미로 숨겨놓은 메시지나 기능)’를 넣는다. ‘로맨스 모드’에선 디스플레이에 불타는 장작 화면을 띄우고, ‘방귀 뀌기 모드’에선 방향 지시등 소리를 방귀 소리로 바꿀 수 있다. 자동차 본연의 기능과 아무 상관이 없지만 이런 ‘매력’에 오너들은 열광한다.

1886년 칼 벤츠가 만든 최초의 자동차(모토바겐)는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했다. 2년 뒤 그의 아내 베르타가 남편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10대 아들 둘과 함께 왕복 200㎞가 넘는 친정까지 운전한 뒤에야 입소문을 타고 팔리기 시작했다. 좋은 제품이 우선이지만, 그 매력을 어떻게 알리느냐도 중요하다. 소비자는 매력 넘치는 제품에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